선배 앞에서 질문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선배 앞에서 질문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오전 10시 32분 슬랙 메시지 창을 켰다 껐다를 벌써 다섯 번째다. "선배님, 혹시 이 부분이..." 지웠다. "선배님, 바쁘신데 죄송한데요..." 이것도 지웠다. 그냥 혼자 해결하려고 구글링을 시작했다. 'figma component variant how to'. 'figma 컴포넌트 변형 방법'. 'figma 여러 상태 만들기'. 검색어를 한글로 바꿨다 영어로 바꿨다 반복한다. 유튜브 영상을 세 개 봤다. 다 아는 내용이다. 내가 모르는 건 저게 아닌데. 내 상황은 조금 다른데. 시계를 봤다. 10시 47분. 15분을 날렸다.선배 책상을 슬쩍 봤다. 헤드폰을 끼고 있다. 집중 모드다. 방해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2년 동안 배웠다. 선배가 헤드폰 끼면 말 걸지 말 것. 회의 30분 전엔 말 걸지 말 것. 점심 직후엔 말 걸지 말 것. 퇴근 30분 전엔 절대 말 걸지 말 것. 그럼 언제 질문하냐고. 모르겠다. 나도. 질문 한 번 하는데 걸리는 시간 질문을 만든다. 10분. 질문이 바보 같은 질문인지 확인한다. 5분. 구글링으로 혼자 해결 시도한다. 15분. 실패한다. 다시 질문을 다듬는다. 5분. 선배 눈치를 본다. 3분. 슬랙 메시지를 쓴다. 7분. 지운다. 다시 쓴다. 5분. 보낸다. 총 50분. 답장은 "어 그거? 여기 이렇게 하면 돼요 ㅎㅎ" 10초.50분 동안 나는 뭘 한 걸까. 선배한테는 10초짜리 질문이었는데. 나한테는 50분짜리 고민이었는데. 이게 맞나 싶다. '혹시'라는 단어 내 질문은 항상 '혹시'로 시작한다. "혹시 이 부분이..." "혹시 시간 되실 때..." "혹시 바쁘지 않으시면..." '혹시'는 면죄부다. 질문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조심스럽게 던지는 신호탄이다. 선배는 '혹시' 안 붙인다. "이주니씨, 이 부분 어떻게 된 거예요?" "이주니씨, 이거 확인 부탁드려요." 단호하다. 깔끔하다. 자격이 있어 보인다. 나도 저렇게 말하고 싶다. 근데 안 나온다. 입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자동으로 '혹시'가 붙어 있다. "혹시 선배님..." 습관이 됐다. 아니, 체질이 됐다. 질문 앞에 붙는 것들 미안함부터 시작한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만..." 왜 미안한지 모르겠다. 질문하는 게 잘못인가. 근데 미안하다. 선배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선배 집중을 끊는 것 같아서. 그다음은 고마움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안 알려줬는데 벌써 감사하다고 한다. 미리 감사해야 알려줄 것 같아서. 그다음은 변명이다. "제가 찾아봤는데 잘 모르겠어서요..." 안 찾아본 것 같아서. 게으른 것 같아서. 무능한 것 같아서. 질문 하나에 붙는 게 너무 많다. 정작 질문은 한 줄인데. 앞뒤로 포장하는 게 세 줄이다.선배가 바쁠 때 제일 답답할 때다. 프로젝트 막바지다. 다들 바쁘다. 선배는 더 바쁘다. 나도 급하다. 이거 안 물어보면 진도가 안 나간다. 근데 못 물어본다. 책상 앞에 앉아서 선배 뒷모습만 본다. 언제 한가해지나. 언제 헤드폰 벗나.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같이 밥 먹으면서 슬쩍 물어볼까. 근데 점심시간에 일 얘기 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 회의 끝나고 물어볼까. 근데 회의 끝나면 선배는 또 바빠진다. 퇴근 직전에 물어볼까. 그럼 선배 퇴근 늦어진다. 그건 더 못 한다. 결국 못 물어본다. 집에 와서 유튜브 강의를 본다. 답을 찾는다. 시간은 밤 11시. 다음 날 출근한다. 선배가 내 작업물을 본다. "이주니씨, 이 부분 왜 이렇게 했어요?" 어제 물어보려고 했다고 말 못 한다. "죄송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질문이 쌓이는 메모장 내 핸드폰 메모장에는 '질문 목록'이 있다.컴포넌트 variant 여러 개 동시에 바꾸는 법 auto layout 간격이 안 맞을 때 이미지 export 시 테두리 잘리는 문제 선배가 쓰는 폰트 조합 기준 무드보드 만들 때 이미지 개수적어둔다. 나중에 한꺼번에 물어보려고. 근데 '나중'이 안 온다. 질문은 계속 쌓인다. 20개. 30개. 어떤 건 스스로 해결한다. 어떤 건 이제 와서 물어보기 민망해진다. 어떤 건 뭘 모르는지도 까먹는다. 메모장만 길어진다. 선배는 어떻게 배웠을까 가끔 궁금하다. 선배도 주니어 시절이 있었을 텐데. 그때도 질문하기 어려웠을까. "선배님도 신입 때 질문 많이 하셨어요?" 용기 내서 물어봤다. 점심 먹으면서. "많이 했죠. 모르는 거 그냥 다 물어봤어요." 그냥 다. 나는 왜 '그냥' 못 물어볼까. "주니씨도 많이 물어봐요. 모르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맞다. 당연하다. 머리로는 안다. 근데 가슴이 모른다. 손가락이 모른다. 슬랙 메시지 창 앞에서 손가락이 멈춘다. 혼자 해결했을 때 가끔 혼자 해결한다. 2시간 동안 구글링하고 유튜브 보고 이것저것 시도해서 답을 찾는다. 뿌듯하다. 나도 할 수 있구나. 근데 선배한테 물어봤으면 5분이었을 걸. 2시간을 썼다. 이게 성장인가. 아니면 비효율인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다음에 또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또 2시간 쓸 것 같다는 거다. 또 혼자 끙끙댈 것 같다는 거다. 또 선배 눈치 볼 것 같다는 거다. 질문했을 때 제일 무서운 반응 "그건 저번에 말씀드렸는데요." 심장이 멈춘다. "아... 죄송합니다..." 기억이 안 난다. 언제 들었지. 왜 기억이 안 나지. 메모를 했어야 했나. 녹음을 했어야 했나. 또 물어보면 안 된다. 다음부터는 절대 못 물어본다. 집에 와서 그날 나눴던 대화를 곱씹는다. 아. 그때 그 말이 이 말이었구나. 그때 제대로 이해 못 했으면 바로 다시 물어볼 걸. 근데 그때도 못 물어봤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넘어갔다. 다른 팀 디자이너 선배한테는 신기하게 다른 팀 선배한테는 질문이 편하다. 같은 회사인데. 일주일에 한 번 마주치는 디자이너 선배. "선배님, 혹시 이거 여쭤봐도 될까요?" "어 그럼요." 편하다. 부담 없다. 같은 질문인데 우리 팀 선배한테 하면 심장이 쫄깃해지는데. 다른 팀 선배한테 하면 괜찮다. 왜 그럴까. 매일 보는 사이라서 그런가. 내 무능함을 매일 들키는 게 싫어서. 평가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 우리 팀 선배는 내 연말 평가에 의견을 낸다.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다 맞는 것 같다. 팀장님 질문은 더 무섭다 선배한테 질문하기 어려운데. 팀장님한테는 더 어렵다. "팀장님, 혹시..." 말을 꺼내면 사무실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 다들 이쪽을 보는 것 같다. 질문 수준이 낮으면 안 될 것 같다. 너무 디테일한 질문도 안 될 것 같다. 적당히 중요한데 적당히 전문적인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질문을 만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안 한다. 팀장님한테는 거의 안 물어본다. 회의 시간에 팀장님이 "질문 있어요?" 물어본다. 없습니다. 있는데 없다고 한다. 슬랙 메시지 vs 직접 질문 슬랙이 편하다. 얼굴 안 봐도 된다. 선배 표정 안 봐도 된다. 문장을 다듬을 수 있다. 근데 슬랙도 어렵다. 보냈는데 답이 없으면. 확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으면. '읽음' 표시가 떴는데 답이 없으면. 기다린다. 10분. 30분. 1시간. 혹시 내 질문이 이상했나. 혹시 바빠서 나중에 답하려는 건가. 다시 메시지를 보낼까. 근데 재촉하는 것 같아서. 그냥 기다린다. 직접 물어보는 건 더 어렵다. "저기... 선배님..." 목소리가 떨린다. 선배가 고개를 든다. "혹시... 아 아니에요.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여쭤볼게요." "지금 괜찮은데요?" "아 그럼... 저기..." 말이 꼬인다. 준비한 질문이 입 밖으로 안 나온다. "천천히 말해봐요." 천천히 말해도 꼬인다. 질문 잘하는 신입이 부럽다 같은 시기에 들어온 개발팀 신입이 있다. 걔는 질문을 잘한다. "이 부분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 방법이랑 저 방법 중에 뭐가 나을까요?" "제 생각은 이런데 맞는지 확인 부탁드려요." 당당하다. 자연스럽다. 선배들도 잘 알려준다. 친절하게.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근데 안 된다. 디자인이랑 개발이 다른가. 질문하는 문화가 다른가. 아니면 나만 유난히 못 하는 건가. 혼자 끙끙대는 시간 오늘도 혼자 끙끙댔다. 모달 디자인을 하는데 버튼 배치가 애매했다. 왼쪽에 둘까 오른쪽에 둘까. 취소 버튼이 먼저 올까 확인 버튼이 먼저 올까. 구글에서 'modal button placement'를 검색했다. 영어로 된 아티클을 다섯 개 읽었다. Material Design 가이드를 봤다. iOS 가이드를 봤다.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였다. 우리 경우는 뭔데. 선배한테 물어보면 3초 만에 답 나올 것 같은데. 근데 못 물어본다. 1시간을 썼다. 결국 감으로 정했다. 오른쪽에 확인 버튼. 왼쪽에 취소. 내일 선배가 보면 뭐라고 할까. "이주니씨, 이거 왜 이렇게 배치했어요? 우리는 반대로 하기로 했잖아요." 그럴 것 같다. 그럼 또 고친다. "네 알겠습니다." 질문을 안 하면 질문을 안 하면 혼자 헤맨다. 방향을 잘못 잡는다. 시간을 낭비한다. 결과물이 이상해진다. 그걸 알면서도 질문을 못 한다. 악순환이다. 질문 안 함 → 실수함 → 혼남 → 더 위축됨 → 질문 더 못 함 → 실수 더 많아짐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첫 단추가 '질문하기'인데. 그게 제일 어렵다. 선배의 한마디 지난주에 선배가 그랬다. "주니씨,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봐요. 나중에 고치는 게 더 힘들어요." 안다. 머리로는 안다. "네... 알겠습니다..." 근데 다음 날도 못 물어봤다. 선배는 이해 못 할 것 같다. 왜 질문하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나도 나를 이해 못 한다.질문 버튼을 누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 오늘도 슬랙 메시지를 열 번 고쳐 썼다. 보내지는 못했지만.

리사이즈 작업을 반복하면서 배운 것

리사이즈 작업을 반복하면서 배운 것

리사이즈 작업을 반복하면서 배운 것 오늘도 리사이즈 오후 2시. 선배가 파일을 넘긴다. "이거 720x1280, 640x640, 1080x1080 세 가지로 리사이즈해줘." "네." 세 번째 대답이다. 오늘만.리사이즈 작업. 같은 배너를 다른 크기로 만드는 일. 글자 위치 조정하고, 이미지 크롭하고, 여백 맞추고. 처음엔 단순 노가다인 줄 알았다. 입사 2개월 차엔 이런 생각을 했다. "이게 뭐라고 3시간이나 걸려." "이거 하나 만들 시간에 새 디자인을 하는 게 낫지 않나." 틀렸다. 지금은 안다. 첫 리사이즈, 첫 좌절 작년 9월. 첫 리사이즈 작업을 받았다. 이벤트 배너 하나를 5가지 사이즈로. 1시간이면 될 줄 알았다. 4시간 걸렸다. 640x640으로 줄이니까 글자가 안 읽혔다. 글자 크기를 키우니까 이미지가 답답해 보였다. 이미지를 줄이니까 여백이 어색했다. 선배가 확인했다. "음... 이건 좀." "네?" "720x1280은 세로니까 구도를 다시 잡아야 해. 그냥 늘린 거 아니지?" "아... 네. 다시 하겠습니다." 그날 7시간 걸렸다. 하나 만드는 데 1시간. 다섯 개 만드는 데 7시간. 수학이 안 맞았다.반복의 지옥 10월, 11월, 12월. 매일 리사이즈. 월요일: 쇼핑몰 배너 4종 화요일: 이벤트 페이지 상단 3종 수요일: SNS 콘텐츠 5종 목요일: 앱 푸시 이미지 2종 금요일: 정산 못 한 것들 몰아서. 손목이 아팠다. 같은 파일을 열고, 복사하고, 사이즈 바꾸고, 저장하고. 피그마 단축키가 꿈에 나왔다. Ctrl+D, Ctrl+G, Shift+A. 자다가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게 디자이너가 할 일인가." 속으로 몇 번 되뇌었다. 부트캠프 동기들 단톡방. 다들 비슷했다. "오늘도 리사이즈 10개ㅠ" "나도... 배너 양산 중..." "이거 언제까지 하는 거야 진짜" 위로가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근데 위로만으론 안 됐다. 이대로 2년, 3년 가는 건가. 뭔가 달라지기 시작 1월. 변화가 왔다. 리사이즈 속도가 빨라졌다. 전엔 4시간 걸리던 게 1시간 반. 뭐가 달라진 걸까. 생각해봤다. 640x640은 정사각형이니까 중심 구도. 720x1280은 세로니까 위아래 여백 활용. 1080x1080은 인스타니까 텍스트는 중앙 아래 80% 지점. 이게 몸에 박혔다. 생각 안 하고 손이 움직였다. 어느 날 선배가 말했다. "주니야, 이번 건 피드백 없다. 그냥 가자." "네? 정말요?" "응. 잘했어." 그날 저녁.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2500원짜리.반복 속에서 본 것들 2월 지금. 리사이즈가 싫지 않다. 아니, 좋진 않다. 근데 의미 없진 않다는 걸 알았다. 첫째, 비율 감각. 640x640을 100번 만들면 정사각형이 보인다. 1920x1080을 100번 만들면 가로 구도가 보인다. 글자 위치, 이미지 크롭, 여백 배치. 자로 재지 않아도 눈으로 안다. 둘째, 우선순위. 5가지 사이즈를 만들 때 뭐부터 할까. 제일 작은 거부터. 640x640에서 작동하면 큰 사이즈는 쉽다. 작은 화면에서 안 읽히는 글자는 어디서든 약하다. 셋째, 일관성. 같은 디자인을 5개 사이즈로 만들면서 배웠다. '통일감'이 뭔지. 컬러, 폰트, 간격, 무드. 하나라도 어긋나면 다섯 개가 다 따로 논다. 넷째, 속도. 빠르게 만드는 법. 컴포넌트 쓰고, 스타일 저장하고, 단축키 외우고. 전엔 몰랐다. '빨리 하는 것'도 실력이다. 선배의 파일 3주 전. 선배 파일을 열었다. 리사이즈 작업 참고용. 컴포넌트가 정리돼 있었다. 버튼_대, 버튼_중, 버튼_소. 텍스트_타이틀, 텍스트_본문. 여백_상단_60px, 여백_좌우_40px. "와." 5개 사이즈를 30분 만에 뽑았다. 컴포넌트만 교체하면 끝. 물어봤다. "선배, 이거 언제 만드신 거예요?" "음... 1년 차 때? 리사이즈 하다가 빡쳐서." "대박." "너도 만들어. 지금." 그날부터 시작했다. 내 리사이즈 시스템. 파일명: 주니_리사이즈_템플릿_v1 사이즈별 가이드 레이어. 자주 쓰는 컴포넌트. 폰트 스타일 5개. 아직 완벽하진 않다. 근데 시작은 했다. 무의미한 반복은 없다 지금도 리사이즈는 한다. 매일. 근데 생각이 달라졌다. 전엔 '시키는 일'이었다. 지금은 '배우는 시간'이다. 같은 작업을 100번 하면 보인다. '왜 이 사이즈에선 이 구도가 맞는지.' '왜 이 여백에선 답답해 보이는지.' 손으로 배운다. 머리로는 모르는 걸 손은 안다. 어제 회의. 팀장님이 시안을 보시며 물었다. "이거 다른 사이즈로도 전개 가능해?" 선배가 대답하기 전에 내가 말했다. "네, 가능합니다. 세로 버전은 상단 여백 늘리고, 정사각형은 중심 구도로 바꾸면 될 것 같아요." 팀장님이 끄덕였다. "오케이." 선배가 옆에서 웃었다. 회의 끝나고 말했다. "주니 많이 늘었다." "감사합니다." "리사이즈 덕분인 거 알지?" "...네." 인정한다. 리사이즈 덕분이다. 지금의 나 오늘도 리사이즈 3건. 1시간 반 걸렸다. 예전 같으면 4시간. 2시간 반을 벌었다. 그 시간에 뭘 했나. 개인 작업. 포트폴리오에 넣을 시안 스케치. 리사이즈를 빨리 끝내니까 시간이 생겼다. 시간이 생기니까 다른 걸 할 수 있다. 이게 성장인가. 확신은 없다. 근데 작년의 나보단 낫다. 반복이 쌓이면 감각이 된다. 감각이 쌓이면 속도가 된다. 속도가 생기면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그때 진짜 내 디자인을 할 수 있다. 아직도 배우는 중 리사이즈 고수가 된 건 아니다. 여전히 막힐 때가 있다. 이상한 비율 나오면 당황한다. 828x1792 같은 거. "이게 뭐야." 선배 파일 보면 아직도 배울 게 많다. 레이어 이름 짓는 법. 컴포넌트 정리하는 법. 변수 쓰는 법. 모르는 게 더 많다. 근데 괜찮다. 작년엔 모르는 것도 몰랐다. 지금은 뭘 모르는지 안다. 그것만으로도 성장이다.리사이즈는 여전히 반복 작업이다. 근데 무의미하진 않다. 100번 하면 손이 기억한다. 1000번 하면 눈이 보인다. 그게 쌓여서 실력이 된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디자인 참고 사이트 즐겨찾기 100개의 정체

디자인 참고 사이트 즐겨찾기 100개의 정체

즐겨찾기 폴더를 열었다오늘도 Pinterest를 켰다. 30분이 지났다. 아무것도 안 했다. 즐겨찾기 폴더가 7개다. '레이아웃', '컬러', '타이포', '인터랙션', '일러스트', '참고', '나중에볼것'. 마지막 폴더에만 128개가 들어있다. 회사에서 배너 만들라고 했다. 즐겨찾기를 열었다. 한 시간 동안 봤다. 그리고 포토샵을 켰다. 결국 전에 만들던 거랑 비슷하게 만들었다. 저장해둔 디자인들은 너무 예쁘다. 내가 만드는 건 그렇지 않다. 저장의 패턴 어제 Behance에서 본 거. 브랜딩 프로젝트였다. 색 조합이 미쳤다. 저장했다. 오늘 아침 Dribbble에서 본 거. UI 디자인이었다. 여백 쓰는 게 달랐다. 저장했다. 점심시간에 인스타에서 본 거. 일러스트 스타일이 독특했다. 저장했다. 패턴이 있다. 보면 감탄한다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 생각한다 저장한다 다시는 안 본다즐겨찾기에 400개가 넘는다. 기억나는 건 10개도 안 된다. 선배한테 들킨 날 "주니야, 참고 자료 좀 찾아봐." 배너 시안 3개를 만들어야 했다. 즐겨찾기를 열었다. 탭이 20개 열렸다. Pinterest, Behance, Awwwards, CSS Design Awards... 한 시간이 지났다. 선배가 왔다. "뭐 하고 있어?" "참고 자료 찾고 있어요." "한 시간 동안?" 선배가 내 화면을 봤다. 탭들이 다 열려 있었다. "이거 다 저장해뒀어?" "네..." "그래서 뭐 쓸 건데?" "아직..."선배가 웃었다. 비웃은 건 아니었다. 그냥 아는 표정이었다. "너 지금 구경하고 있잖아." "..." "예쁜 거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근데 막상 만들려면 모르겠지?" 맞았다. 구경과 공부의 차이 그날 밤에 생각했다. 나는 디자인을 구경하고 있었다. 예쁜 디자인을 보면 좋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언젠가는'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게 다였다. 선배가 알려줬다. "참고 자료를 볼 땐 질문을 해야 돼." "질문이요?" "왜 이 색을 썼을까. 왜 이 폰트를 골랐을까. 왜 이 레이아웃을 선택했을까." 나는 그냥 '예쁘다'만 생각했다. 다시 즐겨찾기를 열었다. 저장해둔 브랜딩 프로젝트를 봤다. 이번엔 다르게 봤다.메인 컬러가 왜 이 색일까: 브랜드가 화장품이다. 파스텔 핑크.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느낌. 타이포가 왜 세리프일까: 고급스러운 이미지. 프리미엄 라인인가보다. 왜 이렇게 여백이 많을까: 심플하게 보이려고. 제품 사진이 돋보이게.10분 봤다. 전보다 많이 보였다. 활용의 실패 다음날 배너를 만들었다. 어제 분석한 거 써먹으려고 했다. 파스텔 컬러를 썼다. 세리프 폰트를 썼다. 여백을 많이 뒀다. 이상했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상했다. 선배한테 보여줬다.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참고 자료 봤어요." "참고했어? 아니면 따라했어?" 찔렸다.나는 그 디자인을 이해한 게 아니었다. 겉모습만 따라한 거였다. 화장품 브랜드니까 파스텔 핑크가 맞았던 거다. 우리 클라이언트는 헬스장이었다. 프리미엄 화장품이니까 세리프가 맞았던 거다. 우리는 PT 할인 이벤트였다. 맥락이 달랐다. 나는 껍데기만 가져왔다. 저장하는 이유 왜 이렇게 많이 저장했을까. 어젯밤에 생각했다. 불안해서였다. '좋은 디자인'을 많이 모으면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즐겨찾기 400개면 뭔가 실력이 늘은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저장하는 건 쉽다. 북마크 버튼만 누르면 된다. 1초다. 이해하는 건 어렵다. 왜 좋은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언제 쓸 수 있는지. 그건 시간이 걸린다. 나는 쉬운 걸 계속했다. 저장만 했다. 공부하는 척이었다. 즐겨찾기 다이어트 주말에 즐겨찾기를 정리했다. 400개 중에 350개를 지웠다. 기준을 만들었다.왜 좋은지 설명할 수 있는 거 구체적으로 분석한 거 다시 볼 이유가 있는 거50개가 남았다. 그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50개에 메모를 달았다. "블루 계열 그라데이션 - 테크 느낌 + 신뢰감, 금융앱에 자주 쓰임" "산세리프 + 넓은 자간 - 모던하고 깔끔, 미니멀 브랜드 느낌" "대각선 레이아웃 - 역동적, 스포츠/패션 브랜드에 어울림" 적다 보니까 패턴이 보였다. 용도가 보였다. 월요일 아침 배너 작업이 들어왔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예전 같으면 Pinterest부터 켰을 것 같다. 이번엔 달랐다. 메모해둔 즐겨찾기를 봤다. "대각선 레이아웃 - 역동적"을 찾았다. 3분 걸렸다. 왜 대각선인지 생각했다. 움직이는 느낌. 에너지. 스포츠랑 맞다. 그걸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했다. 제품 이미지를 대각선으로. 텍스트는 반대 방향으로. 균형. 스케치했다. 만들었다. 한 시간 반 걸렸다. 선배한테 보여줬다. "오, 괜찮은데?" "감사합니다." "어디 참고했어?" "즐겨찾기에 있던 거요. 근데 그냥 따라한 게 아니라..." 설명했다. 왜 대각선을 썼는지. 왜 이 구도를 선택했는지.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아는구나." 기분이 좋았다. 즐겨찾기 400개 있을 때보다 50개 있을 때가 더 잘하게 됐다. 지금 하는 방식 이제는 저장을 덜 한다. 보면 바로 분석한다. 좋은 디자인을 보면:왜 좋은지 적는다 (3줄) 어디에 쓸 수 있을지 적는다 (1줄) 저장할 가치가 있으면 저장한다 아니면 그냥 넘긴다대부분 넘긴다. 괜찮다. 즐겨찾기는 50개를 유지한다. 새로 저장하면 오래된 거 하나 지운다. 정말 필요한 것만 남는다. 중요한 건 개수가 아니었다. 이해였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 동기가 물어봤다. "참고 사이트 어디 써?" 링크를 몇 개 보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근데 중요한 건 많이 보는 게 아니라 제대로 보는 거야." 1년 전 같으면 못 했을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예쁜 거 구경만 하지 말고 왜 예쁜지 생각하면서 봐." "..." "나도 요즘 알았어." 동기도 나랑 똑같을 것 같다. 즐겨찾기 300개 넘고 정작 쓸 줄은 모르는. 괜찮다. 나도 그랬으니까. 지금은 다르니까.즐겨찾기 400개는 안심용이었다. 50개는 진짜 도구다.

선배 디자인 옆에 내 디자인을 놓았을 때

선배 디자인 옆에 내 디자인을 놓았을 때

같은 파일명, 다른 세계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이 슬랙을 쳤다. "주니, 현진 씨랑 같은 컨셉으로 각자 시안 한 번씩 뽑아봐. 금요일 오전까지." 같은 브리핑. 같은 레퍼런스. 같은 마감. 현진 선배 경력은 5년. 나는 2년 3개월.목요일 밤 11시에 파일을 저장했다. "최종_배너_주니_1124_v3.fig" 금요일 아침, 선배 파일이 올라와 있었다. "배너_현진_최종.fig" 버전 넘버도 없다. 한 번에 끝냈다는 뜻이다. 20분의 침묵 회의실에 모니터 두 대를 켰다. 왼쪽에 선배 시안. 오른쪽에 내 시안. 같은 브리핑이 맞나 싶었다. 선배 건 보는 순간 알았다. "아, 이거다." 내 건 보는 순간도 알았다. "아, 이게 아닌데." 팀장님이 20분 동안 두 개를 번갈아 봤다. 나는 책상 모서리를 손톱으로 긁었다. "주니 거, 요소는 다 들어갔는데..." 들어갔는데. 이 말 뒤에는 항상 문제가 온다. "현진 거는 한눈에 들어오네. 이걸로 가자." 회의가 끝났다. 선배는 자리로 돌아가서 다른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에 가서 물을 마셨다. 10분 동안.파일을 열었다 점심시간에 혼자 남아서 두 파일을 나란히 띄웠다. 선배 파일부터. 레이어 이름이 정갈하다. "bg_gradient", "cta_button", "text_headline". 내 파일. "사각형 1 복사본 3", "그룹 해제 23", "레이어 189". 이건 정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배 시안은 여백이 숨을 쉰다. 내 시안은 여백이 불안하다. 뭔가 더 채워야 할 것 같다. 선배 건 폰트가 두 개다. 본문, 강조. 끝. 내 건 폰트가 네 개다. 각각 다 이유가 있었는데 지금 보니 산만하다. 선배 건 색이 세 개다. 메인, 서브, 포인트. 내 건 색이... 스포이트로 찍어봤다. 일곱 개다. "통일성"이라는 게 이런 건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선택을 적게 하는데 더 풍부해 보이는 거지. 구조를 뜯어봤다 선배 시안을 레이어별로 껐다 켰다 해봤다. 타이틀 끄니까 CTA 버튼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끈다. 버튼 끄니까 이미지가 말을 한다. 이미지 끄니까 배경 그라데이션이 공간을 잡는다. 뭘 빼도 무너지지 않는다. 내 시안은. 타이틀 끄니까 허전하다. 버튼 끄니까 어디 봐야 할지 모르겠다. 이미지 끄니까 텅 빈다. 각 요소가 서로를 안 믿는다. 혼자 목소리를 높인다. 30분 동안 레이어를 켰다 껐다 반복했다. 답은 여기 있는데. 내가 못 읽는 거다.센스냐, 경험이냐 퇴근길 지하철에서 현진 선배한테 슬랙을 보냈다. "선배, 제 시안이랑 선배 시안 차이가... 어디서 나는 것 같으세요?" 10분 뒤 답이 왔다. "응 나도 2년차 때 너랑 똑같았어. 요소 다 넣으려고 안간힘 썼지." "그럼 언제부터 달라진 거예요?" "음... 빼도 된다는 걸 알았을 때?" "그게 언제였어요?" "300개쯤 만들고 나니까." 300개. 나 지금 몇 개 만들었지. 회사 들어와서 배너, 상세페이지, 팝업 합쳐서... 한 80개? 220개 남았다. 220개 더 만들면 나도 저렇게 될까. 아니면 220개 만들어도 센스가 없으면 소용없는 걸까. 집에 와서 노트에 적었다. "경력 5년 = 시안 몇 개?" 계산해봤다. 주 5일, 하루 1개씩만 쳐도 연 250개. 5년이면 1,250개. 나랑 1,170개 차이. 이게 "경험"의 물리적 거리구나. 못 보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에 현진 선배 시안을 프린트했다. 책상에 붙이고 따라 만들어봤다. 똑같이. 레이어 이름까지 똑같이. 폰트 사이즈, 자간, 행간, 컬러 코드 전부. 3시간 걸렸다. 완성하고 나니까 뭔가 보였다. 타이틀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 겁 없이 크다. 여백이 생각보다 넓다. 불안할 만큼 넓다. 컬러가 생각보다 절제돼 있다. 심심할 만큼. 근데 이게 더 시원하다. 더 읽힌다. 더... 프로페셔널하다. 그다음 내 시안을 선배 방식으로 고쳐봤다. 폰트 4개를 2개로. 색 7개를 3개로. 요소 12개를 8개로. 여백을 1.5배로. 저장하고 봤다. "어? 이게 더 낫잖아?" 근데 이걸 처음부터 못 한 거다. 빼는 게 무서웠다. 비어 보일까 봐. 못 만든 것처럼 보일까 봐. 디자인은 더하기가 아니었다 월요일 아침, 팀장님한테 메시지 보냈다. "지난 시안, 다시 한번 수정해봐도 될까요?" "응? 이미 현진 거로 진행 들어갔는데. 왜?" "제가 뭘 놓쳤는지 알 것 같아서요. 연습 삼아서라도." "그래, 한번 해봐." 화요일 오전에 수정본 올렸다. 팀장님이 30초 보더니 말했다. "오, 이게 금요일 거야?" "네. 선배 시안 구조 분석해서 다시 짰어요." "많이 나아졌네. 이번 건 아쉽지만 다음엔 이 방향으로 가보자." 책상으로 돌아왔다. 현진 선배가 슬랙을 쳤다. "봤어. 잘했어. 근데 너 주말에 작업했지?" "네... 연습하려고요." "ㅋㅋㅋ 나도 그랬어. 2년차 때 선배 파일 몰래 뜯어봤거든. 들키면 X같아 보일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진짜요?" "응. 300개 만들라는 말 했잖아. 그중에 100개는 남 거 따라 만든 거야. 그게 제일 빨라." "감사합니다." "그래도 있잖아." "네?" "220개 더 만들어야 한다는 건 변함없어 ㅎㅎ 화이팅."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차이의 정체 그날 저녁 일기장에 적었다. "선배랑 나랑 차이. 폰트 선택? 아니다. 색 조합? 아니다. 툴 숙련도? 아니다. '빼도 된다'는 확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판단. '여기에 집중하자'는 우선순위. 이게 경력이다. 센스 아니다. 무서워하지 않는 것. 비어 보여도 괜찮다고 믿는 것. 220개 남았다. 무섭지만 만들어야 한다. 하나씩." 수요일 점심시간. 현진 선배 시안 하나를 또 따라 만들었다. 이번엔 2시간 반 걸렸다. 30분 줄었다. 목요일에는 2시간. 금요일에는 1시간 반. 팀장님이 새 브리핑을 던졌다. "주니, 이번 주 배너 하나 부탁해. 월요일까지." 파일을 만들었다. 레이어 이름부터 정리했다. 폰트 두 개만 열었다. 색 세 개만 찍었다. 타이틀 크기를 두 배로 키웠다. 무섭지만. 여백을 두 배로 늘렸다. 불안하지만. 요소를 네 개 뺐다. 떨리지만. 저장했다. "배너_주니_최종.fig" 버전 넘버 없이. 월요일 오전, 팀장님이 10초 보더니 말했다. "오케이. 이대로 가자." 현진 선배가 지나가다 내 모니터를 봤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데?" 그 한마디에 일주일이 버틴다.219개 남았다. 무섭지만, 오늘도 하나 더 만든다.

저녁 10시, 유튜브 피그마 강의를 보고 있는 나

저녁 10시, 유튜브 피그마 강의를 보고 있는 나

저녁 10시, 또 유튜브를 켰다퇴근하고 집 와서 샤워하고 밥 먹고. 시계 보니까 9시 반. 유튜브 켰다. 피그마 강의. 오늘도 회사에서 선배한테 들었다. "주니야, 피그마로 넘어가봐. 협업 편해." 알아. 알고 있어. 근데 포토샵이 손에 익었단 말이야. 강의 재생. 15분짜리. Auto Layout 설명하는데. 5분 만에 일시정지했다. 모르겠다. 왜 이렇게 하는지. 다시 처음부터. 또 5분. 또 일시정지. 노트에 적는다. "Auto Layout = 자동 정렬?" 근데 이게 뭐가 자동인데.포토샵이 그립다 포토샵이었으면. 레이어 하나 만들고, 크기 조절하고, 정렬하고. 끝이었다. 피그마는 뭔가 다르다. 컴포넌트? 인스턴스? 오토 레이아웃? 단어부터 어렵다. 회사에서 선배가 만든 파일 열어봤다. 레이어 구조가 깔끔하다. 버튼 하나 수정하면 전체가 바뀐다. 신기하긴 한데. 내가 만든 건 엉망이다. 레이어 이름도 "사각형 123", "사각형 124". 선배 파일이랑 비교하면 부끄럽다. 강의에서 말한다. "컴포넌트 만들면 재사용이 편해요." 알아. 이론은 알아. 근데 손이 안 움직여. 11시가 됐다 강의 3개 봤다. 총 50분. 내용은 10분 정도만 이해했다. 노트북 닫을까. 내일 또 회의 있다. 9시 출근인데 8시 50분엔 도착해야 한다. 근데 안 보면 불안하다. 회사에서 또 "피그마로 해봐" 하면. 또 포토샵으로 만들고 피그마로 옮기고. 시간 두 배 걸린다. 동기 단톡방 확인했다. 친구 하나가 올렸다. "오늘 피그마로 디자인 시스템 만들어봤어!" 스크린샷 첨부. 부럽다. 얘는 벌써 디자인 시스템을. 나는 버튼 하나 만드는데 30분.댓글을 읽는다 강의 댓글창 내렸다. "너무 어려워요ㅠㅠ" "3번 돌려봤는데 이제 이해했어요" "포토샵 10년 썼는데 피그마 적응 힘드네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조금 위로된다. 답글 읽는다. "저도 한 달 걸렸어요. 괜찮아요!" "매일 조금씩 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한 달. 한 달이면 할 수 있을까. 매일 1시간씩. 30시간이면 뭔가 달라질까. 계산기 켰다. 30일, 하루 1시간. 지금 10시면 11시까지. 주말엔 2시간씩. 할 수 있다. 아마. 해야 한다. 분명. 내일을 생각한다 내일 회사 가면. 또 포토샵 켤 거다. 배너 만들고, 상세페이지 수정하고. 익숙한 작업들. 근데 언젠가는. 피그마로 다 해야 한다. 선배들도 다 쓴다. 나만 포토샵 붙잡고 있을 순 없다. 강의 하나 더 켰다. "피그마 입문자를 위한 30분 완성" 30분. 11시 반이면 끝난다. 재생 버튼 눌렀다. 강사가 말한다. "처음엔 다 어렵습니다.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그래, 천천히. 자정이 됐다 강의 끝났다. 따라 하면서 버튼 하나 만들었다. 컴포넌트로 저장했다. 복사하니까 같이 수정된다. 신기하다. 이게 그거구나. 선배가 말한 그 기능. 저장했다. 파일 이름 "피그마 연습 1일차". 내일은 "2일차" 만들 거다. 노트북 닫았다. 불 껐다. 침대에 누웠다. 내일 출근하면. 포토샵 켤 거다. 당연히. 근데 퇴근하고는. 또 피그마 켤 거다. 매일 조금씩.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 포토샵 처음 배울 때도 그랬다. 레이어가 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자야 한다. 내일 8시 50분 출근. 7시 30분 알람. 눈 감는다. Auto Layout이 머릿속에 맴돈다. 잠이 올까.내일도, 모레도, 계속 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