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트캠프 동기들과 경력을 비교하는 나쁜 버릇

부트캠프 동기들과 경력을 비교하는 나쁜 버릇

부트캠프 동기들과 경력을 비교하는 나쁜 버릇 오늘도 단톡방을 열었다 출근길 지하철. 핸드폰을 켰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에 알림 37개. '다들 새벽부터 무슨 얘기를...' 스크롤을 올렸다. 민지가 올린 사진. 새로 만든 앱 디자인. "회사에서 처음으로 메인 프로젝트 맡았어요🥹" 좋아요 이모지 12개. 축하 댓글 8개. 나는 그냥 지나쳤다. 축하한다고 치기엔 마음이 복잡했다.1년 전엔 똑같았는데 부트캠프 끝나고 1년 반. 시작은 비슷했다. 민지도 나도 포트폴리오 3개. 둘 다 취준 4개월 걸렸고. 입사 초봉도 비슷했다. 3000만원대. 그런데 지금은. 민지는 메인 프로젝트. 나는 배너 리사이즈. 뭐가 달랐을까. 매일 생각한다. 회사 규모? 민지는 스타트업 30명. 나는 중소기업 60명. 업무 강도? 민지도 야근한다고 했다. 선배 복? 그건 나도 좋은 편인데. 결국 실력 차이인가. 그 생각이 제일 무섭다. 단톡방은 전시장이 됐다 요즘 단톡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반엔 진짜 고민 얘기했다. "이력서 또 떨어졌어 ㅠㅠ" "면접 망했다 어쩌지" "연봉 3200 적은 거 맞죠?" 지금은. "신규 서비스 런칭했어요!" "회사에서 디자인시스템 만들라고 했어요" "애플워치 디자인 공모전 수상했습니다🏆" 다들 잘되는 얘기만 올린다. 나만 안 올린다. 올릴 게 없어서.나도 올려봤다 지난달. 용기 내서 올렸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메인 배너 맡았어요!" 사실 메인은 아니었다. 서브페이지 상단 배너. 그것도 선배가 시안 다 잡아주고. 나는 텍스트랑 이미지만 바꿨다. 그래도 올렸다. 댓글 3개 달렸다. "축하해~" "굿굿" "👍" 민지 올렸을 땐 댓글 8개였는데. 핸드폰 껐다. 부끄러웠다. 과장한 게. 비교는 습관이 됐다 아침마다 확인한다. 링크드인, 인스타, 비핸스. 동기들 포트폴리오. 누가 뭘 올렸나. 누가 어떤 회사로 이직했나. 수진이는 네이버 계열사 갔다. 경력 2년 만에. 나보다 연봉 1000만원 더 받는다고 들었다. 지훈이는 개인 작업으로 팔로워 2000명. 부업으로 로고 디자인 받는다. 건당 50만원. 나는. 회사 일 끝나면 유튜브 강의. 주말엔 개인 작업 시작했다가. '이거 올려봤자...' 하고 지운다. 인스타 팔로워 32명. 부업은 꿈도 못 꾼다. 내 실력으로 돈 받기엔.회의 시간이 제일 싫다 목요일 오전. 팀 회의. 선배가 물었다. "주니 요즘 어때? 성장하고 있어?"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 안 난다.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같은 말. 선배가 웃었다. "그래, 조급해하지 마. 다들 그래." 근데 다들 안 그런 것 같은데. 민지는 성장하고 있고. 수진이는 이직했고. 지훈이는 팔로워 늘고. 나만. 제자리인 것 같은데. 회의 끝나고 화장실 갔다. 거울 봤다. '왜 이렇게 못났어.' 디자인 얘기가 아니었다. 사람 자체가. 밤 11시의 루틴 퇴근하고 집 와서. 씻고 누웠다. 핸드폰 켰다. 단톡방 다시 봤다. 현우가 올렸다. "오늘 임원 보고 통과! 3개월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사진 첨부. 깔끔한 프레젠테이션 화면. 폰트, 간격, 컬러. 다 완벽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근데 기회가 안 온다. 아니다. 솔직히. 기회가 와도 못 할 것 같다. 임원한테 보고? 나는 팀장님한테 시안 보여드릴 때도 손 떨리는데. 침대에 누워서. 천장 봤다. '나는 왜 이럴까.' '다들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부트캠프 때 다 똑같이 배웠는데.' 답은 안 나왔다. 그냥 잤다. 선배가 해준 말 금요일 점심. 선배랑 식당 갔다. 밥 먹다가 선배가 물었다. "요즘 고민 있어?" 없다고 할까 했다. 그런데 나왔다. "저...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저만 못하는 것 같아서요." 선배가 웃었다. "SNS 보지 마." "네?" "SNS는 전시회야. 잘한 것만 올리지." "실패한 건 안 올려." "그래도..." "나도 그랬어. 동기들이랑 비교하고." "근데 알고 보면 다들 고민 있어." "그냥 안 올릴 뿐이지." 선배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조금. 편해졌다. 오늘 저녁의 결심 퇴근했다. 집에 왔다. 핸드폰 켰다. 단톡방 알림 12개. 안 봤다. 일단. 노트북 켰다. 피그마 열었다. 개인 작업 시작했다. 카페 브랜딩. 혼자 하는 거. 1시간 했다. 별로다. 그래도 계속했다. 2시간 했다. 조금 나아졌다. 컬러 바꿨다. 3시간 했다. 나쁘지 않다. 내일 더 해야겠다. 핸드폰 봤다. 단톡방 알림 19개 됐다. 안 열었다. 내일 보면 된다. 비교는 계속될 거다 솔직히. 내일도 비교할 것 같다. 모레도. 동기들 소식 보면. 부럽고. 초라하고. 자괴감 들 거다. 그래도. 오늘 3시간 작업했다. 내일도 할 거다. 동기들이 뭘 하든. 나는 내 속도로. 빠르진 않아도. 멈추진 않을 거다. 부트캠프 끝나고 1년 반. 앞으로 10년, 20년 남았다. 지금 배너 만들어도. 언젠간 메인 프로젝트 할 거다. 그렇게 믿고. 오늘도 켰다. 피그마를.비교는 독이다. 알면서도 먹는다. 그래도 오늘 3시간은 내 거다.

월급 250만원으로 살아가기, 그게 가능한가요?

월급 250만원으로 살아가기, 그게 가능한가요?

월급 250만원으로 살아가기, 그게 가능한가요? 통장에 찍힌 숫자 오늘 월급날이다. 3,200,000원에서 4대보험 떼면 2,500,000원.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본다. 세 번 본다. "이게 다야?" 입사할 때는 많아 보였다. 지금은 아니다.월세가 45만원이다. 보증금 500만원은 부모님이 내주셨다. "2년 뒤에 갚을게요." 그렇게 말했다. 아직 못 갚았다. 월세 내면 205만원 남는다. 돈이 나가는 곳 교통비가 13만원이다.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 1시간 10분. 환승 두 번. "택시는 언제 타봐?" 선배가 물었다. 대답 못 했다.통신비 6만원. 최저 요금제다. 넷플릭스는 친구랑 공유. 월 2,500원. 유튜브 프리미엄은 끊었다. 광고 봐도 산다. 점심은 회사 근처 식당. 8천원짜리. 한 달이면 16만원. 저녁은 편의점이나 집에서 해먹는다. 10만원 정도. 커피는 참는다. 회사 커피 마신다. "아메리카노 하나요." 그 돈이 아깝다. 205만원의 분배 월세: 45만원 교통비: 13만원 통신비: 6만원 식비: 26만원 (점심 16 + 저녁·간식 10) 관리비: 8만원 (전기·수도·가스) 생필품: 5만원 (샴푸, 세제, 화장지) 옷·화장품: 10만원 (한 달 평균) 여기까지 113만원. 남은 돈: 92만원.남은 92만원은 어디로 데이트 비용이 20만원쯤 든다. 영화, 밥, 카페. 반반 내자고 하는데. "내가 낼게." 남자친구가 그렇게 말할 때가 많다. 미안하다. 고맙기도 하다. 부모님 용돈을 못 드린다. 명절 때 10만원 드렸다. 받으시면서 눈물 보이셨다. "우리 딸 다 컸네." 아니다. 아직 멀었다. 친구들 결혼식이 시작됐다. 축의금 5만원. 일 년에 네 번. "20만원이 나간다." 계산기 두드리면서 한숨 나온다. 저축이라는 단어 목표는 한 달에 30만원 저축. 작년에는 20만원도 못 모았다. 급하게 노트북 수리. 35만원. 치과 가야 하는데 미루는 중. 15만원은 나올 것 같다. "다음 달에." 맨날 다음 달이다. 적금 하나 있다. 월 10만원. 1년 채우면 120만원. "이걸로 뭐 하지?" 생각만 하면 막막하다. 부모님 지원이 끊기면 지금도 가끔 부모님이 보내주신다. "밥값이나 써." 10만원, 20만원. 명절에 50만원. "이거 받으면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받는다. 받으면 울컥한다. 이게 끊기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무섭다. 보증금 500만원도 갚아야 한다. 2년 뒤면 이사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 1,200만원은 모아야지." 계산기 두드린다. 한 달에 50만원씩. 지금 저축이 월 10만원인데. 회사 사람들은 모르는 것 점심 먹으러 가면 선배들이 말한다. "요즘 괜찮은 카페 찾았어." "주말에 OO 다녀왔어. 힐링했어." "이 가방 예쁘지? 할인해서 샀어." 고개 끄덕인다. "좋겠어요." 그렇게 말한다. 선배들 월급이 얼마인지 모른다. 4년차 선배는 아마 400만원은 받을 거다. "10년 있으면 나도?"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소소한 사치 그래도 가끔 산다. 편의점 디저트. 4,500원. 이틀에 한 번 먹으면 안 되는 거 안다. 먹는다.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맨날 힘들다는 핑계다. 넷플릭스 공유 끊기면 어떡하지. 친구가 "나 이제 안 봐" 하면. 그것도 무섭다. 온라인 디자인 강의 하나 샀다. 12만원. 할부 3개월. 월 4만원씩. "투자야, 투자." 그렇게 생각한다. 아직 강의 10%도 못 들었다. 친구들과의 차이 대학 동기들 만나면 느낀다. "나 이번에 이직했어. 연봉 4천." "주말에 부산 다녀왔어. 맛집 투어." "이 코트 괜찮지? 백화점에서 샀어." 나는 가만히 듣는다. "나는 요즘 뭐 해?" "그냥... 회사 다니지 뭐." 구체적으로 말 못 한다. 말하면 초라해 보일 것 같다. 친구 한 명은 대기업 다닌다. "우리 회사 복지 좋아. 점심 공짜야." 부럽다. 또 한 명은 공무원 됐다. "연금이 있어서 마음이 편해." 더 부럽다. 나는 뭐가 있지. 미래가 안 보이는 밤 잠들기 전에 계산한다. 매일 계산한다. "10년 뒤에 나는?" 35세. 연봉이 5천만원은 될까. 실수령 400만원 정도? 월세 대신 전세. 보증금 2억. "2억을 어떻게 모으지?" 한숨 나온다. 결혼은 어떻게 하지. 남자친구랑 결혼 이야기 나온 적 있다. "우리 돈 모아서 작은 집 하나 마련하자." 고개 끄덕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보탤 수 있을까?" 그래도 버티는 이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부모님 집으로 돌아갈까?" 진짜 생각한다. 월세 45만원 아끼면. 교통비 13만원 더 나가도 58만원 세이브다. 근데 안 간다. 돌아가면 인정하는 것 같다. "나는 혼자 못 산다." 그걸 인정하기 싫다. 선배가 그랬다. "주니어 때는 다 힘들어. 나도 그랬어." "3년만 버텨봐. 달라져." 3년. 지금 2년 차. 1년 남았다. 버틸 수 있을까. 250만원의 무게 월급 250만원. 처음엔 많아 보였다. 지금은 그냥 숫자다. 월세 내고, 밥 먹고, 교통비 내고. 남는 건 90만원 정도. 여기서 저축하고, 데이트하고, 사고 싶은 거 사고. 불가능하지 않다. 근데 여유는 없다. "이게 독립인가?" 가끔 묻는다. 돈 때문에 고민하고. 돈 때문에 포기하고. 돈 때문에 미안하고. 그래도 산다. 어떻게든 산다. 내일도 출근한다. 월급 받으면 또 계산한다.월세 45만원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버티는 중이다. 부모님 지원 끊기면 진짜 무섭다. 그래도 포기는 안 한다. 아직은.

같은 회사 개발자 남친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러운 것들

같은 회사 개발자 남친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러운 것들

사내연애는 전쟁이다 같은 회사 다니면서 연애하는 거.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남친이랑 회사에서 마주치면 어색하다. 눈 마주치면 안 되고, 말 걸면 안 되고, 웃으면 안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둘이 있어도 남이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도 남이다. 1년 사귀었는데 회사 사람들은 모른다. 알면 안 된다.점심시간이 제일 힘들다 점심은 각자 먹는다. 남친은 개발팀이랑, 나는 디자인팀이랑. 처음엔 괜찮았다. 그런데 매일 그러니까 서운하다. 남친이 다른 여자 직원이랑 웃으면서 밥 먹는 거 보이면 속상하다. 나도 똑같이 하는데. 한 번은 남친이 나한테 카톡 보냈다. "오늘 점심 같이?" 고민했다. 5분 동안. 결국 "안 돼"라고 답장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마주친 적 있다. 남친이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존댓말이다. 나도 "네, 안녕하세요" 했다. 옆에 선배들 있었다. 그날 저녁에 남친이 "미안해"라고 했다. 뭐가 미안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 둘 다 잘못한 게 없다. 회의 때가 더 힘들다 가끔 협업 회의가 있다. 디자인팀이랑 개발팀이랑 같이. 남친이 발표하면 쳐다보면 안 된다. 열심히 노트 보는 척한다. 남친 목소리 들리는데 못 본다. 이상하다. 한 번은 내가 발표했다. 떨렸다. 남친한테 잘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남친 얼굴은 못 봤다. 다른 곳만 봤다. 회의 끝나고 남친이 카톡했다. "발표 잘했어." 고맙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칭찬해주면 안 되나. 안 된다. 알아.퇴근 시간이 제일 복잡하다 퇴근은 절대 같이 못 한다. 나는 6시 반에 나가고, 남친은 7시에 나간다. 일부러 시간 어긋나게. 한 번은 비 왔다. 우산 안 가져왔다. 남친한테 카톡했다. "우산 있어?" "응." "나 없어." "..." 30분 있다가 남친이 답장했다. "편의점에서 사." 화났다. 그냥 우산 같이 쓰면 안 되나. 안 된다는 거 아는데. 결국 편의점 우산 샀다. 5000원. 집은 같은 방향이다. 지하철도 같은 역. 그런데 다른 칸 탄다. 남친은 7호차, 나는 3호차. 집 앞에서 만난다. 그때부터 연인이다. 회사에서 못한 스킨십 다 한다. 손 잡고, 팔짱 끼고, 어깨에 기대고. 이상하다. 30분 전까지 남이었는데. 회식이 제일 위험하다 회식 때가 제일 조심해야 한다. 전체 회식이면 남친도 온다. 앉는 자리가 중요하다. 멀리 떨어져 앉는다. 눈 마주치면 안 된다. 말 걸면 안 된다. 술 마시면 더 위험하다. 취하면 실수할까 봐 무섭다. 술 잘 안 마신다. 남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선배가 물었다. "주니 씨, 이상형이 뭐예요?" 당황했다. 남친 쳐다봤다. 실수다. 빨리 다른 데 봤다. "음... 잘 모르겠어요." 얼버무렸다. 선배들이 웃었다. "부끄러워하네." 남친도 같은 질문 받았다. "저도 잘..." 말 흐렸다. 다행이다. 2차는 안 간다. 둘 다. 핑계 대고 빠진다. "내일 아침 일찍 약속이 있어서요."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요." 회식 끝나고 집 가는 길. 남친이 말했다. "힘들다." 나도 그렇다.카톡도 조심해야 한다 회사에서 카톡 조심한다. 하트 이모티콘 절대 안 쓴다. 업무 톡이랑 헷갈릴까 봐. 실수한 적 있다. 선배한테 보낼 거 남친한테 보냈다. "선배님, 파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 하트까지. 남친이 답장했다. "ㅋㅋㅋㅋㅋㅋ" 웃었다. 나는 식은땀 났다. 회사에서는 카톡 잘 안 한다. 점심시간에만. 화장실 가서. "밥 먹었어?" "응." "뭐 먹었어?" "김치찌개." "맛있었어?" "응." 이런 대화. 연인 같지 않다. 그냥 지인 같다. 퇴근하고 집 가면 엄청 많이 카톡한다. 회사에서 못한 거 다 한다. 하트도 보내고, 사진도 보내고, 영상통화도 한다. 보상심리인가. 회사에서 8시간 참았으니까. 소문 나면 끝이다 절대 들키면 안 된다. 소문 나면 끝이다. 한 번은 위기가 있었다. 선배가 남친 인스타 보고 물었다. "이 사람 우리 회사 개발팀 아니에요?" 내 사진 올라갔었다. 뒷모습인데. "잘 모르겠는데요." 거짓말했다. 선배가 다시 봤다. "비슷한데..." 땀 났다. 남친한테 바로 카톡했다. "인스타 사진 내려." "왜?" "선배가 봤어." 5분 만에 내렸다. 그 후로 SNS 조심한다. 남친이랑 같이 찍은 사진 안 올린다. 태그도 안 한다. 좋아요도 안 누른다. 친구들은 안다. 우리 사귄다는 거. 근데 회사 사람들은 모른다. 계속 모를 거다. 둘 중 하나 퇴사할 때까지. 언제까지 이럴까. 1년 더? 2년 더? 질투도 혼자 한다 회사에서 남친이 다른 여자 직원이랑 얘기하면 질투 난다. 근데 표현 못 한다. 한 번은 신입 여자 직원이 남친한테 자꾸 물어봤다. 개발 관련. 남친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웃으면서. 화났다. 그런데 뭐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남이니까. 저녁에 남친한테 말했다. "그 신입이랑 친해?" "응? 아니. 업무만." "웃으면서 알려주더라." "그냥 친절한 거야." 삐졌다. 남친이 웃었다. "질투 나?" "아니." "났네." 다음 날. 남친이 그 신입한테 좀 차갑게 대했다. 나 보라고. 고맙다. 그런데 그것도 조심해야 한다. 티 나면 안 되니까. 질투를 혼자 삭인다. 회사에서는. 집 가서 풀린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다 힘들다. 매일매일. 출근하면 남이 되고, 퇴근하면 연인 된다. 가끔 생각한다. 차라리 공개할까. 그런데 무섭다. 소문 날까 봐. 불편해질까 봐. 둘 중 하나 퇴사해야 할까 봐. 남친도 같은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럴까." "모르겠어." "힘들지?" "응." 그런데 헤어질 순 없다. 힘들어도. 조심스러워도. 사내연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드라마에서는 설레고 로맨틱한데. 현실은 눈치 보고, 숨기고, 참는 거다. 오늘도 출근한다. 남친이랑 같은 건물로. 그런데 남이다. 8시간 동안.퇴근하면 손 잡을 거다. 회사에서 못한 만큼.

직장에서 '눈치'라는 과목이 가장 어렵다

직장에서 '눈치'라는 과목이 가장 어렵다

직장에서 '눈치'라는 과목이 가장 어렵다 6시라는 숫자의 의미 계약서에는 6시 퇴근이라고 써있다. 근로계약서 3페이지, 근무시간 항목에 분명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 제외. 그런데 6시가 되어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선배들은 여전히 모니터를 보고 있다. 팀장님은 회의실에서 전화 중이다. 나만 시계를 본다. 5분마다.6시 5분. 마우스를 천천히 움직인다. 저장 버튼을 누르는 척. 6시 10분. 화장실 갈까 고민한다. 가는 척하고 돌아오면 6시 15분. 6시 20분. 슬랙 메시지가 온다. "주니님 내일 9시 회의 전까지 이거 수정 가능할까요?" "네 확인하겠습니다." 6시 25분. 이제야 선배 한 명이 일어난다. 가방을 챙기는 소리. 나도 슬금슬금 파일을 닫는다. 6시 28분.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그래 수고했어요" 팀장님 목소리. 복도까지 걸어 나오는데 등이 뜨겁다. 눈치라는 교과서 없는 과목 대학교 4년 동안 배운 적 없다. 디자인 원론, 타이포그래피, 색채학. 그런 건 배웠다. '상사가 있을 때 퇴근하는 법' '선배들 눈치 보며 자리 뜨는 타이밍' 이런 건 교양 과목에도 없었다.입사 첫날 인사팀이 말했다. "우리 회사는 6시 퇴근이에요." "칼퇴 가능합니다." "워라밸 중시하는 문화예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6시에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실제로 매일 6시에 나가는 사람도 있다. 3년차 선배님, 아이 둘 키우는. 하지만 나는 못 나간다. 매일 6시 반. 어떤 날은 7시. 금요일은 용기 내서 6시 10분. 차이가 뭘까. 3년차와 신입의 차이. 애 둘과 싱글의 차이. 아니면 그냥 마음가짐의 차이. 조건부 퇴근의 룰 규칙 1: 팀장이 회의 중이면 나갈 수 있다. 전화 통화 중, 외근 중, 재택 중. 이럴 때는 비교적 자유롭다. 규칙 2: 선배 한 명 이상은 남아있어야 한다. 둘 다 퇴근하면 나도 갈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고민해야 한다. 규칙 3: 금요일은 예외다. 모두가 빨리 가고 싶어 한다. 6시 10분이면 용납된다. 규칙 4: 월요일은 더 어렵다. 주말 쉬었으니 더 할 수 있다는 분위기. 6시 반도 이른 감이 있다. 규칙 5: 내가 급한 일이 있으면 말해야 한다.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 한마디가 입 밖으로 안 나온다.어제는 6시 40분에 나갔다. 팀장님이 "이거 내일까지" 하셨다. 선배는 7시까지 있을 것 같았다. 나만 나가면 선배가 더 일하는 것 같았다. 그냥 앉아있었다. 딱히 할 일은 없었다. 파일 정리하는 척. 레퍼런스 찾는 척. 6시 35분에 선배가 일어났다. "나 먼저 갈게." "네 들어가세요." 그제야 나도 5분 뒤에 일어났다. 왜 5분을 기다렸을까. 동시에 나가면 이상한가. 나도 모르겠다. 눈치의 정량화 오늘 눈치 점수를 계산해봤다. 팀장님 재석 여부: +30점 선배 A 재석 여부: +20점 선배 B 재석 여부: +20점 요일 계수: 월요일 +10점, 금요일 -10점 날씨: 비 오면 +5점 내 마감 업무 존재 여부: +15점 60점 이상이면 못 나간다. 40점 이하면 나갈 수 있다. 50점은 애매하다. 오늘은 78점이었다. 월요일(+10), 팀장 있음(+30), 선배 둘 다 있음(+40). 비는 안 옴(0), 내 마감은 없음(0). 결과: 6시 32분 퇴근. 어제는 42점. 금요일(-10), 팀장 외근(0), 선배 A만 있음(+20), 비 옴(+5), 마감 있음(+15). 결과: 6시 15분 퇴근. 그것도 화장실 다녀온 척하고. 입사 동기와의 대화 점심시간에 입사 동기랑 통화했다. 다른 회사 마케터. "너네도 눈치 봐?" "응. 우리도." "몇 시에 나가?" "6시 반쯤?" "나도." 둘 다 웃었다. 웃긴 게 아니라 그냥 웃었다. "근데 신기한 게" 동기가 말했다. "선배들도 예전엔 눈치 봤대." "그 선배들 위에 선배 있을 때." "그럼 우리가 선배 되면?" "후배들이 우리 눈치 보겠지." "악순환이네." "그니까." 통화 끊고 생각했다. 내가 3년차 되면 달라질까. 후배 생기면 "먼저 가"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도 그냥 6시 반까지 있게 될까. 그게 익숙해져서. 퇴근이 6시 반인 줄 알고. 용기를 내본 날 한 번 용기를 낸 적 있다. 3개월 전. 친구 생일이었다. 저녁 7시 홍대 약속. 6시에 나가야 했다. 오후 4시에 팀장님한테 말했다.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 6시에 나가도 될까요?" "응? 어 그래." "우리 6시 퇴근 아니야?" 그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아 네 그렇긴 한데..." "그럼 가면 되지." 맞는 말이다. 6시 퇴근이니까 6시에 가면 된다. 허락 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날 6시에 나갈 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나올 때. 여전히 등이 뜨거웠다. 복도에서 문자가 왔다. 팀장님한테. "내일 출근하면 얘기 좀 하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뭘 잘못했지. 6시 퇴근이라며. 다음날 아침. 팀장님이 부르셨다. "어제 얘기한 거." "응?" "급한 일 있으면 미리미리 말해." "어제 4시에 말했잖아. 그럼 인수인계 시간이 부족해." "적어도 전날은 말해줘." "아 네..." 혼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속상했다. 6시 퇴근인데. 왜 전날 미리 말해야 하지. 적응과 포기 사이 요즘은 6시 반이 익숙하다. 딱히 불편하지 않다. 어차피 집 가도 할 일 없다. 유튜브 보거나. 넷플릭스 보거나. 누워있거나. 30분이 그렇게 아까운 시간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이게 적응인가 포기인가. 매일 30분씩. 일주일이면 2시간 반. 한 달이면 10시간. 일 년이면 120시간. 5일을 공짜로 주는 것과 같다. 5일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제주도 다녀올 수 있다. 책 5권 읽을 수 있다. 새로운 취미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30분은 그냥 사라진다. 눈치를 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오늘도 6시 28분에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피곤한 얼굴. 문득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신입들은 다 이럴까. 그래서 쓴다. 누군가 읽고 위로받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리고 나중에. 내가 3년차, 5년차 될 때. 이 글을 다시 읽고 싶다. 그때는 후배한테 "먼저 가" 할 수 있기를. 눈치 안 봐도 되는 사람이 되기를.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오늘도 6시 반. 내일도 그럴 것 같다. 그래도 쓴다, 언젠가 달라질 거라고.

인스타 팔로워 32명인 내가 개인 작업을 하는 이유

인스타 팔로워 32명인 내가 개인 작업을 하는 이유

인스타 팔로워 32명인 내가 개인 작업을 하는 이유 금요일 밤 9시 퇴근했다. 오늘도 6시 반. 집에 오니까 9시 20분. 저녁 먹고 샤워하고 나니 10시.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본다. 인스타 디자인 계정. 팔로워 32명. 지난주에 올린 포스터 좋아요 8개. 그중에 6개는 부트캠프 동기들이고, 1개는 언니고, 1개는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 프로필 들어가본다. 팔로워 2.3만 명. 포폴 퀄리티 미쳤다. 나한테 왜 좋아요를 눌렀는지 모르겠다. 내 계정으로 돌아온다. 게시물 12개. 전부 주말에 만든 것들. 회사 작업은 하나도 없다. 올릴 수가 없어서.회사에서 만드는 것들 월요일 아침. 배너 5종 시안 요청 들어왔다. "이주니씨, 이거 점심 전까지 가능?" 가능하다고 했다. 불가능은 없다. 점심 굶으면 된다. 포토샵 켠다. 아직 포토샵이 편하다. 선배들은 다 피그마 쓰는데. 레퍼런스 찾는다. 같은 업종 경쟁사 배너 10개 저장. 비슷하게 만들면 된다. 폰트 선택. 배민 폰트. 색상 선택. 브랜드 가이드 참고. 이미지 배치. 중앙 정렬. 문구 넣기. 클라이언트가 준 텍스트 복붙. 1시간 만에 5종 완성. 팀장님한테 카톡 보낸다. "시안 확인 부탁드립니다." 10분 후 답장. "3번이 좋네요. 근데 글씨 좀 더 크게?" 수정한다. 글씨 130%로.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오케이. 이대로 진행." 끝이다. 이게 내 디자인이다. 2년 차가 만드는 것들. 포트폴리오엔 못 올린다. 내가 뭘 했는지 설명할 게 없어서.금요일 밤 11시 침대에서 일어난다. 책상으로 간다. 맥북 켠다. 개인용 맥북. 36개월 할부. 피그마 실행. "New Design File" 클릭. 빈 화면이 뜬다. 커서가 깜빡인다. 뭘 만들지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 핀터레스트 켠다. "Poster Design" 검색. 스크롤 내린다. 30분. 마음에 드는 걸 찾았다. 저장한다. 무드보드 폴더에. 또 찾는다. 또 저장한다. 1시간 지났다. 이제 만든다. 아니다. 내일 만든다. 맥북 덮는다. 침대로 돌아간다. 내일은 진짜 만들 거다. 토요일 오후 3시 일어났다. 점심 먹었다. 남자친구랑 통화했다. 30분. 이제 시작한다. 피그마 켠다. 어제 봤던 레퍼런스 다시 본다. 따라 만들어본다. 폰트 찾는다. 무료 폰트 사이트. 1시간 걸려서 폰트 5개 다운로드. 하나씩 적용해본다. 마음에 안 든다. 다 삭제. 다시 찾는다. 색상 고른다. Coolors 사이트 켠다. 스페이스바 20번 누른다. 팔레트 하나 선택. 적용해본다. 이상하다. 레퍼런스랑 비교한다. 뭔가 다르다. 자간이 문제인가. 행간이 문제인가. 정렬이 문제인가. 모르겠다. 5시간 지났다. 저녁 8시. 저장한다. "Draft_ver1_final_real.fig" 내일 다시 보자.일요일 오전 11시 다시 켰다. 어제 만든 거 본다. 생각보다 괜찮다. 계속 만든다. 요소 하나 추가. 밸런스가 깨진다. 다시 뺀다. 또 이상하다. Ctrl+Z 50번. 유튜브 켠다. "피그마 레이아웃 기초" 검색. 15분짜리 영상 재생. "오토 레이아웃을 사용하면..." 이해 안 된다. 다시 돌린다. 0.75배속. "아." 이해했다. 적용해본다. 적용 안 된다. 댓글 읽는다. "저도 안 돼요ㅠㅠ" "버전 문제일 수도..." 포기한다. 수동으로 정렬. 점심 먹는다. 다시 작업한다. 오후 6시. 완성했다.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아니다. 그래도 어제보단 낫다. 저장한다. "Personal_Work_1121_FINAL_v3.fig" PNG로 익스포트. 1080x1350. 인스타 사이즈. 일요일 밤 10시 인스타 켠다. 디자인 계정으로 전환. 게시물 업로드. 이미지 선택. 캡션 쓴다. "주말 개인 작업 🎨" 지운다. "연습" 이것도 지운다. "#design #graphicdesign #posterdesign" 해시태그만 남긴다. 올리기 버튼 누른다. 손가락이 멈춘다. 이거 올려도 되나. 퀄리티가 이 정도면. 타임라인 본다. 다른 디자이너들 피드. 전부 완벽하다. 조회수 천 단위. 좋아요 백 단위. 내 걸 다시 본다. 올린다. 게시완료. 핸드폰 뒤집어놓는다. 10분 후 확인한다. 좋아요 3개. 동기 2명, 언니 1명. 괜찮다. 월요일 아침 출근한다. 지하철에서 인스타 확인. 좋아요 7개로 늘었다. 모르는 사람 2명 추가. 프로필 들어가본다. 팔로워 300명. 1200명. 나보다 적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래도 나한테 좋아요 눌러줬다. 댓글 하나 달렸다. "색감 좋아요!" 심장이 뛴다. 답글 단다. "감사합니다😊" 이모티콘까지 신경 써서. 회사 도착. 자리에 앉는다. 선배가 말 건다. "주니야, 주말 잘 보냈어?" "네. 그냥 쉬었어요." 거짓말이다. 쉰 게 아니라 만들었다. 하지만 말 안 한다.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겠어서. "주말에 뭐 했어요?"라고 물으면 "디자인 연습했어요"라고 할 수 없다. 이상한 사람 같아서. 회사 작업 vs 개인 작업 회사에서 배너 만든다. 클라이언트 요청대로. 팀장님 피드백대로. 브랜드 가이드대로. 정해진 틀이 있다. "여기 색 빨간색으로" "폰트 더 굵게" "이미지 이거로 교체" 시키는 대로 한다. 내 의견은 없다. 2년 차가 의견을 내면 "일단 이렇게 해보고" 결국 시키는 대로. 포폴엔 못 올린다. 내가 뭘 생각했는지 설명 못 해서.집에서 포스터 만든다. 아무도 안 시켰다. 주제는 내가 정한다. 색은 내가 고른다. 폰트는 내가 찾는다. 레이아웃은 내가 짠다. 틀리면 어때. 고치면 된다. 피드백 주는 사람도 없다. 마감도 없다. 그냥 만들고 싶어서 만든다. 이게 다르다. 회사 작업은 일이다. 개인 작업은 연습이다. 일은 완벽해야 한다. 연습은 실패해도 된다. 그 차이. 팔로워 32명의 의미 동기가 물었다. "너 인스타 왜 해? 팔로워도 없는데" 맞는 말이다. 32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영향력 제로. 조회수 50. 좋아요 10개도 안 됨. 그럼 왜 하냐고. 모르겠다. 아니다. 안다. 기록하려고. 오늘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한 달 후엔 뭘 할 수 있을지. 비교하려고. 3개월 전 작업 본다. 지금 봐도 부끄럽다. 하지만 그때는 최선이었다. 지금 올리는 것도 부끄럽다. 3개월 후에 보면. 그럼 그게 성장이다. 팔로워 32명이어도. 좋아요 8개여도. 내가 본다. 내가 알 수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선배가 모르는 것 화요일 오후. 선배가 내 자리로 온다. "주니야, 이거 좀 봐줘" 화면 가리킨다. "여기 여백 어때?" "음... 좋은 것 같은데요" "그치? 나도 그런데 팀장님이 좁대" 고민한다. 선배도. "넓히면 답답해 보일 것 같은데" 선배가 말한다. 나는 고개 끄덕인다. 그 순간 생각한다. 선배도 모른다. 정답을. 경력 5년 차도 완벽한 답을 아는 건 아니다. 그냥 경험으로 판단한다. 감으로 선택한다. 확신은 없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 생각이 위로가 된다. 선배도 고민한다. 선배도 불안하다. 선배도 찾아본다. 차이는 하나. 선배는 그래도 결정한다. 나는 아직 못 한다. 결정하는 법을. 개인 작업에서 배운다. 아무도 안 가르쳐준다. 혼자 부딪혀야 한다.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이유 수요일. 야근했다. 시안 4번 엎었다. 집에 10시 반에 도착. 씻고 누웠다. 맥북 안 켰다. 할 기운이 없다. 목요일. 정시 퇴근. 집에서 치킨 시켰다. 넷플릭스 켰다. 맥북 안 켰다. 내일 하면 된다. 금요일. 점심시간. 동기가 단톡방에 썼다. "주말에 뭐 해?" "작업할 거 같아" "너 진짜 성실하다" 성실한 게 아니다. 하고 싶은 거다. 퇴근한다. 지하철에서 생각한다. 오늘은 뭘 만들지. 타이포 포스터? 브랜딩 목업? 집 도착. 씻고 밥 먹는다. 9시. 맥북 켠다. 피그마 새 파일. 빈 화면. 깜빡이는 커서. 시작한다. 이 순간이 좋다. 아무도 간섭 안 한다. 아무도 평가 안 한다. 시간 제한 없다. 실패해도 된다. 그냥 만든다. 회사에서 못 해본 것. 해보고 싶었던 것. 레이아웃 실험. 색 조합 테스트. 타이포 놀이. 3시간 지났다. 자정. 아직 완성 안 됐다. 괜찮다. 내일 계속하면 된다. 저장한다. "Weekend_Experiment_1129.fig" 침대에 눕는다. 내일이 기대된다. 인스타에 올리지 않는 것들 개인 작업 폴더 연다. 파일 27개. 인스타에 올린 건 12개. 나머지 15개는? 실패작이다. 만들다가 포기한 것. 완성했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것. 올리기엔 부족한 것. 삭제 안 한다. 남겨둔다. 가끔 다시 본다. "이게 왜 안 됐지?" "여기가 문제였네" "이 부분은 괜찮은데" 배운다. 실패에서. 실패를 32명한테 보여줄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본다. 이것도 기록이다. 안 되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내가 뭘 못 하는지. 포폴엔 성공만 올린다. 다들 그렇다. 하지만 과정엔 실패가 더 많다. 그걸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안다. 내 폴더에 있어서. "Failed_attempt_1015.fig" "Trash_ver2.fig" "Why_not_working.fig" 파일명이 솔직하다. 이것들이 없었으면 지금 올리는 것도 없다. 누가 뭐래도 동기가 물었다. "그거 해서 뭐 달라졌어?" 솔직히 대답했다. "아직은 모르겠어" "그럼 왜 해?" "그냥... 하고 싶어서" 동기가 웃었다. "너 특이해" 특이한 거 맞다. 주말에 디자인 한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본다. "회사에서도 하는데?" "쉬어야지" "번아웃 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르다. 회사 작업이랑. 회사선 시키는 거 한다. 집에선 하고 싶은 거 한다. 회사선 평가받는다. 집에선 실험한다. 회사선 결과가 중요하다. 집에선 과정이 의미다. 누가 뭐래도. 팔로워 32명이어도. 조회수 50이어도. 좋아요 8개여도. 계속할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어서.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2년 차 주니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시키는 거 잘하고. 눈치 보고. 야근하고.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집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거. 내 속도로. 내 방식대로. 만드는 거. 그게 나를 디자이너로 만든다. 회사 명함이 아니라. 내 작업이.팔로워 32명이지만, 이건 내 성장 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