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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눈치'라는 과목이 가장 어렵다

직장에서 '눈치'라는 과목이 가장 어렵다

직장에서 '눈치'라는 과목이 가장 어렵다 6시라는 숫자의 의미 계약서에는 6시 퇴근이라고 써있다. 근로계약서 3페이지, 근무시간 항목에 분명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 제외. 그런데 6시가 되어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선배들은 여전히 모니터를 보고 있다. 팀장님은 회의실에서 전화 중이다. 나만 시계를 본다. 5분마다.6시 5분. 마우스를 천천히 움직인다. 저장 버튼을 누르는 척. 6시 10분. 화장실 갈까 고민한다. 가는 척하고 돌아오면 6시 15분. 6시 20분. 슬랙 메시지가 온다. "주니님 내일 9시 회의 전까지 이거 수정 가능할까요?" "네 확인하겠습니다." 6시 25분. 이제야 선배 한 명이 일어난다. 가방을 챙기는 소리. 나도 슬금슬금 파일을 닫는다. 6시 28분.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그래 수고했어요" 팀장님 목소리. 복도까지 걸어 나오는데 등이 뜨겁다. 눈치라는 교과서 없는 과목 대학교 4년 동안 배운 적 없다. 디자인 원론, 타이포그래피, 색채학. 그런 건 배웠다. '상사가 있을 때 퇴근하는 법' '선배들 눈치 보며 자리 뜨는 타이밍' 이런 건 교양 과목에도 없었다.입사 첫날 인사팀이 말했다. "우리 회사는 6시 퇴근이에요." "칼퇴 가능합니다." "워라밸 중시하는 문화예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6시에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실제로 매일 6시에 나가는 사람도 있다. 3년차 선배님, 아이 둘 키우는. 하지만 나는 못 나간다. 매일 6시 반. 어떤 날은 7시. 금요일은 용기 내서 6시 10분. 차이가 뭘까. 3년차와 신입의 차이. 애 둘과 싱글의 차이. 아니면 그냥 마음가짐의 차이. 조건부 퇴근의 룰 규칙 1: 팀장이 회의 중이면 나갈 수 있다. 전화 통화 중, 외근 중, 재택 중. 이럴 때는 비교적 자유롭다. 규칙 2: 선배 한 명 이상은 남아있어야 한다. 둘 다 퇴근하면 나도 갈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고민해야 한다. 규칙 3: 금요일은 예외다. 모두가 빨리 가고 싶어 한다. 6시 10분이면 용납된다. 규칙 4: 월요일은 더 어렵다. 주말 쉬었으니 더 할 수 있다는 분위기. 6시 반도 이른 감이 있다. 규칙 5: 내가 급한 일이 있으면 말해야 한다.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 한마디가 입 밖으로 안 나온다.어제는 6시 40분에 나갔다. 팀장님이 "이거 내일까지" 하셨다. 선배는 7시까지 있을 것 같았다. 나만 나가면 선배가 더 일하는 것 같았다. 그냥 앉아있었다. 딱히 할 일은 없었다. 파일 정리하는 척. 레퍼런스 찾는 척. 6시 35분에 선배가 일어났다. "나 먼저 갈게." "네 들어가세요." 그제야 나도 5분 뒤에 일어났다. 왜 5분을 기다렸을까. 동시에 나가면 이상한가. 나도 모르겠다. 눈치의 정량화 오늘 눈치 점수를 계산해봤다. 팀장님 재석 여부: +30점 선배 A 재석 여부: +20점 선배 B 재석 여부: +20점 요일 계수: 월요일 +10점, 금요일 -10점 날씨: 비 오면 +5점 내 마감 업무 존재 여부: +15점 60점 이상이면 못 나간다. 40점 이하면 나갈 수 있다. 50점은 애매하다. 오늘은 78점이었다. 월요일(+10), 팀장 있음(+30), 선배 둘 다 있음(+40). 비는 안 옴(0), 내 마감은 없음(0). 결과: 6시 32분 퇴근. 어제는 42점. 금요일(-10), 팀장 외근(0), 선배 A만 있음(+20), 비 옴(+5), 마감 있음(+15). 결과: 6시 15분 퇴근. 그것도 화장실 다녀온 척하고. 입사 동기와의 대화 점심시간에 입사 동기랑 통화했다. 다른 회사 마케터. "너네도 눈치 봐?" "응. 우리도." "몇 시에 나가?" "6시 반쯤?" "나도." 둘 다 웃었다. 웃긴 게 아니라 그냥 웃었다. "근데 신기한 게" 동기가 말했다. "선배들도 예전엔 눈치 봤대." "그 선배들 위에 선배 있을 때." "그럼 우리가 선배 되면?" "후배들이 우리 눈치 보겠지." "악순환이네." "그니까." 통화 끊고 생각했다. 내가 3년차 되면 달라질까. 후배 생기면 "먼저 가"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도 그냥 6시 반까지 있게 될까. 그게 익숙해져서. 퇴근이 6시 반인 줄 알고. 용기를 내본 날 한 번 용기를 낸 적 있다. 3개월 전. 친구 생일이었다. 저녁 7시 홍대 약속. 6시에 나가야 했다. 오후 4시에 팀장님한테 말했다.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 6시에 나가도 될까요?" "응? 어 그래." "우리 6시 퇴근 아니야?" 그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아 네 그렇긴 한데..." "그럼 가면 되지." 맞는 말이다. 6시 퇴근이니까 6시에 가면 된다. 허락 받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날 6시에 나갈 때.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나올 때. 여전히 등이 뜨거웠다. 복도에서 문자가 왔다. 팀장님한테. "내일 출근하면 얘기 좀 하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뭘 잘못했지. 6시 퇴근이라며. 다음날 아침. 팀장님이 부르셨다. "어제 얘기한 거." "응?" "급한 일 있으면 미리미리 말해." "어제 4시에 말했잖아. 그럼 인수인계 시간이 부족해." "적어도 전날은 말해줘." "아 네..." 혼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속상했다. 6시 퇴근인데. 왜 전날 미리 말해야 하지. 적응과 포기 사이 요즘은 6시 반이 익숙하다. 딱히 불편하지 않다. 어차피 집 가도 할 일 없다. 유튜브 보거나. 넷플릭스 보거나. 누워있거나. 30분이 그렇게 아까운 시간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이게 적응인가 포기인가. 매일 30분씩. 일주일이면 2시간 반. 한 달이면 10시간. 일 년이면 120시간. 5일을 공짜로 주는 것과 같다. 5일 동안 뭘 할 수 있을까. 제주도 다녀올 수 있다. 책 5권 읽을 수 있다. 새로운 취미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30분은 그냥 사라진다. 눈치를 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오늘도 6시 28분에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봤다. 피곤한 얼굴. 문득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신입들은 다 이럴까. 그래서 쓴다. 누군가 읽고 위로받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그리고 나중에. 내가 3년차, 5년차 될 때. 이 글을 다시 읽고 싶다. 그때는 후배한테 "먼저 가" 할 수 있기를. 눈치 안 봐도 되는 사람이 되기를.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오늘도 6시 반. 내일도 그럴 것 같다. 그래도 쓴다, 언젠가 달라질 거라고.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가 지금 봐도 부끄러운 이유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가 지금 봐도 부끄러운 이유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가 지금 봐도 부끄러운 이유 노션 포트폴리오를 다시 열었다 주말이다. 남자친구가 자기 취업 준비한다고 포트폴리오 봐달래서 내 거 보여줬다. 2년 전 그 노션 링크. 클릭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니 이게 뭐야. 첫 페이지부터 민망하다. "안녕하세요! 열정 가득한 디자이너 이주니입니다!" 느낌표가 세 개다. 세 개. 지금 내가 쓴다면 절대 안 쓸 문장이다. 그냥 "주니어 디자이너 이주니입니다" 이렇게 쓸 거다. 사진도 문제다. 증명사진을 쓸 걸 그랬다. 뭔가 친근해 보이려고 웃는 셀카를 썼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어색하다. 디자인 파일에 내 얼굴이 크게 박혀 있다. 왜 이랬을까.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숨이 막힌다.첫 번째 프로젝트부터 틀렸다 카페 브랜딩 작업이다. 부트캠프 때 만든 거. 제목이 "감성 카페를 위한 브랜딩 디자인"이다. 지금 보니까 감성이 뭔지도 모르고 쓴 단어 같다. 로고부터 문제다. 커피잔 일러스트에 손글씨 폰트. 2022년에도 이미 흔한 조합이었는데, 난 이게 참신한 줄 알았다. 설명에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표현했습니다"라고 써놨다. 어떻게 표현했는데? 그냥 갈색 썼다고? 컬러 팔레트는 더하다. 베이지, 브라운, 아이보리. 설명은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편안함을 전달"이다. 지금 내가 이런 설명 들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라고 피드백할 텐데. 목업 이미지들. 핀터레스트에서 다운받은 무료 목업에 로고만 박았다. 각도도 다 똑같다. 마치 숙제 베껴온 초등학생 같다. 실제로 베낀 건 아니지만 느낌이 그렇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본다. "이거 괜찮은데?" 라고 말한다. 아니야. 안 괜찮아. 네가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모르는 거야.설명이 너무 없거나 너무 많거나 두 번째 프로젝트. 앱 UI 디자인이다. 배달 앱 리디자인. 이건 설명이 거의 없다. 화면 캡처 6장만 쭉 나열했다. 끝.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뭐가 문제여서 고쳤는지, 아무 설명도 없다. 그냥 "기존 디자인의 불편한 점을 개선했습니다" 한 줄. 뭘 어떻게 개선했는데? 지금 회사에서 이렇게 보고하면 팀장님이 미친다. "주니씨,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개선했습니다." "뭘요?" "불편한 점을요." 이런 대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반대다. 설명이 너무 많다. A4로 3페이지 분량. 온갖 디자인 용어를 다 쓴다.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직관적인 네비게이션", "일관된 디자인 시스템". 지금 보면 다 빈말이다. 구체적인 게 하나도 없다. "버튼 크기를 44pt에서 48pt로 키워서 터치 영역을 넓혔습니다" 같은 게 없다. 그냥 "사용성을 고려했습니다" 이런 말만 반복한다. 선배가 예전에 한 말이 생각난다. "디자인 설명에서 '감성적', '직관적' 같은 단어 쓰면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해봐."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은 안다. 폰트 선택이 일관성이 없다 네 번째 프로젝트 보다가 발견했다. 프로젝트마다 쓰는 폰트가 다르다. 그것도 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폰트가 막 바뀐다. 첫 번째는 Noto Sans. 두 번째는 Spoqa Han Sans. 세 번째는 Pretendard. 네 번째는 또 Noto Sans.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쓴 거다. 더 웃긴 건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도 일관성이 없다는 거다. 목업에는 Noto Sans인데 설명 텍스트는 Spoqa다. 왜? 그냥 폰트 안 맞춰도 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절대 안 그런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 폰트 정하고 끝까지 그걸로만 간다. 변수 설정해놓고 한 번에 바꿀 수 있게 한다. 당연한 건데, 그땐 몰랐다. 컬러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젝트에서 프라이머리 컬러가 #3B82F6이었다가 #2563EB이었다가 한다. Hex 코드로 보면 비슷한 파란색인데, 미묘하게 다르다. 복사 붙여넣기도 제대로 못 했다는 얘기다. 지금 회사에서는 디자인 시스템이 있다. 컬러, 타이포, 컴포넌트 다 정해져 있다. 거기서 벗어나면 선배가 바로 캐치한다. "주니야, 이거 컬러 왜 다른 거 썼어?"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제는 당연하다.프로세스가 통째로 빠졌다 다섯 번째 프로젝트. 결과물만 있다. 와이어프레임이 없다. 스케치가 없다. 레퍼런스가 없다. 그냥 "짠!" 하고 완성본만 보여준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디자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실제로는 과정이 있었다. 핀터레스트 뒤지고, 레퍼런스 모으고, 종이에 스케치하고, 여러 번 수정했다. 근데 그걸 포트폴리오에 안 넣었다. 결과물만 보여주면 되는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지금 회사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주니씨, 이거 레퍼런스 뭐 봤어요?" "왜 이 레이아웃 선택했어요?" "다른 안은 없었어요?" 매번 묻는다. 그래서 요즘은 피그마에 페이지를 여러 개 만든다. 01_Research, 02_Wireframe, 03_Draft, 04_Final 이런 식으로. 과정을 다 남긴다. 나중에 설명하기도 쉽고, 내가 봐도 왜 이렇게 했는지 기억난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결과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고, 이런 시도를 했고, 이래서 이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이게 있어야 포트폴리오다. 숫자가 하나도 없다 여섯 번째 프로젝트 설명을 보다가 깨달았다. 숫자가 하나도 없다. "사용성이 개선되었습니다", "더 효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말만 있다. 얼마나 개선됐는데? 몇 퍼센트나 효율적인데? 클릭 수가 몇 번에서 몇 번으로 줄었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느낌만 있다. 지금은 안 그런다. 회사에서 디자인 리포트 쓸 때 숫자 필수다. "버튼 위치 변경으로 클릭률 15% 증가", "메뉴 깊이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 "페이지 로딩 속도 0.8초 단축" 이런 식이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개인 프로젝트라서 실제 데이터가 없다면, 가상의 시나리오라도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는 주문까지 평균 5번 클릭이 필요했는데, 개선 후에는 3번으로 단축" 같은 거. 숫자가 있으면 설득력이 생긴다. "좋아졌어요"보다 "20% 좋아졌어요"가 낫다. 당연한 건데, 그때는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귀찮아서 안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쓸 법한 시나리오가 없다 일곱 번째 프로젝트. 여행 앱 디자인이다. 화면은 예쁘다. 지금 봐도 나쁘지 않다. 근데 문제가 있다. 이걸 실제로 누가 쓸까? 예를 들어 메인 화면. 큰 이미지 배너가 있고, 그 밑에 추천 여행지가 있다. 깔끔하다. 근데 검색 버튼이 어디 있지? 스크롤 한참 내려야 나온다. 실제로 여행 앱 쓰는 사람들은 뭘 할까? 검색한다. "제주도 호텔" 이런 거. 근데 내 디자인은 예쁜 사진 구경하라고 만들어놨다. 사용자가 뭘 하고 싶은지는 생각 안 했다. 다른 화면도 비슷하다. 예약 화면에 달력이 있는데, 날짜 선택하기 불편하다. 손가락으로 누르기엔 영역이 작다. 예쁘게 만드느라 기능을 희생했다. 지금은 절대 안 그런다. 디자인 시작하기 전에 유저 플로우부터 그린다. 사용자가 앱 열고, 뭘 하고, 어디를 누르고,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그걸 다 그린 다음에 화면 만든다. 선배가 예전에 했던 말. "예쁜 디자인은 쉬워. 잘 작동하는 디자인이 어려워." 그때는 무슨 소린지 몰랐다. 지금은 매일 느낀다. 케이스 스터디가 없다 여덟 번째 프로젝트까지 다 봤다. 공통점이 있다. 전부 다 완벽하다. 문제가 없다. 시행착오가 없다. 실패가 없다. 말이 안 된다. 디자인하면서 실패 안 할 수가 없다. 처음 만든 안이 바로 최종 안일 수가 없다. 근데 내 포트폴리오는 그렇게 보인다. 마치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든 것처럼. 왜 이랬을까? 멋있어 보이려고. 실수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처음부터 다 아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좋은 포트폴리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이렇게 디자인했는데,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보니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이게 진짜다. 회사에서 면접 볼 때도 봤다. 신입 지원자 포트폴리오. 실패 과정이 있는 포트폴리오가 더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은 생각을 하는구나",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구나" 이런 느낌. 완벽한 결과물만 보여주는 건 오히려 의심스럽다. 정말 네가 만든 거 맞아? 어디서 베낀 거 아니야? 과정이 없으니까 증명이 안 된다. 회사 프로젝트를 넣고 싶은데 2년 차가 되니까 생긴 고민. 이제 진짜 회사 프로젝트가 있다. 실제로 출시된 것들. 근데 포트폴리오에 못 넣는다. NDA 때문에. 부트캠프 프로젝트들은 이제 부끄럽다. 회사 프로젝트는 못 보여준다. 그럼 뭘 보여줘?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나? 주말에? 이미 피곤한데? 선배한테 물어봤다. "선배, 포트폴리오 어떻게 관리하세요?" 선배가 웃었다. "나도 3년 동안 안 건드렸어. 이직할 때 다시 만들 거야." 위로가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취업하고 나면 포트폴리오 관리할 시간이 없다. 일하기도 바쁘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들. 이걸 어떻게든 기록해둬야겠다. 나중에 이직할 때 쓸 수 있게. 과정이라도 캡처해두고, 배운 점이라도 메모해두고. 회사에서 쓰는 피그마 파일. 복사해서 개인 파일로 만들어두면 어떨까? NDA 위반 아닐까? 고민된다. 하지만 안 남기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그래도 이걸로 붙었다 노트북 화면을 끄려다가 멈췄다. 이 부끄러운 포트폴리오로 나는 취업했다. 60:1 경쟁률이었다. 면접 두 번 보고 합격했다. 그때 면접관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포트폴리오 보니까 열심히 준비한 게 보이네요." 완성도를 칭찬한 게 아니라 노력을 칭찬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생각으로 진행했어요?" 질문 받았을 때,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처음엔 방향을 못 잡아서 헤맸어요. 레퍼런스 100개 정도 모았는데, 다 비슷해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써보기로 했어요. 배달 앱을 일주일 동안 매일 써보면서 불편한 점을 리스트업했어요."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과정이 중요해요. 결과물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중요하죠." 그때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냥 위로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근데 지금은 안다. 정말로 그렇다. 회사에서 필요한 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포트폴리오는 부족했다. 지금 봐도 부끄럽다. 근데 그 안에 진심은 있었다. 밤새워 만든 흔적이 있었다. 고민한 시간이 있었다. 2년이 지났다 그때와 지금. 확실히 다르다. 폰트 하나 선택할 때도 이유가 있다. 컬러 팔레트 만들 때 접근성을 생각한다. 버튼 위치 정할 때 엄지 도달 범위를 고려한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다 안다고 생각했다. 부트캠프 수료하고, 과제 다 하고, 자신감 있었다. 지금 신입 면접 볼 때가 있다. 포트폴리오 보면 옛날 내가 보인다. 열심히 했다. 진심이다. 근데 부족하다. 당연하다. 신입이니까. 그 사람한테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물으면, 당황한다. 대답을 못 한다. 나도 그랬다. "그냥요", "이게 예쁜 것 같아서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안다. 괜찮다는 걸.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걸. 2년 차도 모르는 게 많다. 10년 차 선배도 모르는 게 있다. 계속 배우는 거다. 내 포트폴리오가 부끄러운 건 좋은 신호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다. 2년 전 내가 만든 걸 보고 "완벽한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성장 안 했다는 뜻이니까. 다음 포트폴리오는 언젠가 다시 만들 거다. 이직할 때쯤. 그때는 또 뭘 부끄러워할까? 지금 하는 회사 프로젝트들. 나중에 보면 또 부끄러울까? "이때는 이것밖에 못 했네" 이럴까? 아마 그럴 거다. 그래야 정상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거. 과정을 기록한다.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뭘 시도했는지,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다 메모한다. 피그마 파일도 정리한다. 레이어 이름 제대로 짓는다. 컴포넌트 정리한다. 6개월 뒤의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배운 것도 적는다. 노션에 페이지 하나 만들어서 매주 회고한다. "이번 주 배운 것", "다음에 시도해볼 것" 이렇게. 쌓인다. 완벽한 포트폴리오는 없다. 그냥 그 시점의 최선이 있을 뿐이다. 2년 전의 나는 그때의 최선을 다했다. 지금의 나도 최선을 다한다. 2년 뒤의 나도 그럴 거다. 부끄러운 건 나쁜 게 아니다. 증거다.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 노력했다는 증거.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2년 전 포트폴리오, 부끄럽지만 소중하다. 이게 시작이었으니까.

선배 파일을 허락 없이 열어본 내 불안감

선배 파일을 허락 없이 열어본 내 불안감

선배 파일을 허락 없이 열어본 내 불안감 그 파일을 열었다 금요일 오후 5시. 선배가 조퇴했다. "주니 씨, 먼저 갈게요. 수고하세요." "네, 편히 들어가세요." 30분 후, 나는 선배 컴퓨터 앞에 섰다. 아니, 정확히는 공용 서버 폴더였다. 선배 컴퓨터가 아니라 회사 서버. 누구나 볼 수 있는 곳. 그래도 심장이 뛰었다. 폴더명: 'OOO 메인배너_최종_0215' 클릭했다. 포토샵 파일이 열렸다. 레이어가 142개였다. 내 파일은 보통 30개 정도인데. "와..." 첫 반응은 감탄이었다. 두 번째 반응은 죄책감이었다.배우려고 한 건데 선배는 항상 파일 정리가 깔끔했다. 피드백 회의 때마다 느꼈다. "여기 이 요소는 이렇게 수정하면 돼요." 클릭 한 번에 레이어가 찾아진다. 나는 레이어를 찾다가 회의 시간을 잡아먹는다. "주니 씨, 레이어 정리 좀 해요. 나중에 본인도 못 찾아요." "네... 죄송합니다." 그래서 보고 싶었다. 선배가 어떻게 정리하는지. 그룹을 어떻게 나누는지. 이름을 어떻게 붙이는지. 학습이다. 학습. 나쁜 의도가 아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레이어를 하나씩 열어봤다. '상단_헤더_그룹' '중단_메인카피_수정본2' '하단_CTA버튼_최종' 규칙이 있었다. 위치-역할-버전. 내 레이어명은 '레이어1', '사각형2', '텍스트 복사본3' 이런 식이었다. 공책에 적었다. 선배 레이어명 규칙. 들킬까 봐 무서웠다 15분쯤 지났을까.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멈췄다. 급하게 파일을 닫았다. 저장하시겠습니까? 아니오. 마우스 커서가 떨렸다. 내 자리로 뛰어갔다. 의자에 앉자마자 모니터를 응시했다. 피그마를 열어뒀다. 일하는 척. 발소리는 화장실로 향했다. 다른 팀 사람이었다. "휴..." 식은땀이 났다. 등이 축축했다. 뭐가 무서운 거지? 공용 서버잖아. 누구나 볼 수 있잖아. 그런데 왜 도둑처럼 행동했지?다음 날 선배를 못 봤다 월요일 아침. 출근했다. 선배가 "주니 씨, 주말 잘 보냈어요?" 물었다. "네, 잘 보냈어요."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내가 이상했다. 선배 얼굴을 제대로 못 봤다. 눈을 마주치면 들킬 것 같았다. 뭘 들키는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주니 씨, 이번 작업은 레이어 정리 잘 해봐요." "네, 알겠습니다!" 대답은 크게 했다.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그날 작업하면서 선배 레이어 규칙을 써봤다. '상단_로고_그룹', '중단_타이틀_ver1'. 신기하게 찾기가 쉬웠다. 수정할 때도 빨랐다. "오, 주니 씨 레이어 정리 많이 좋아졌네요." 선배가 칭찬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당신 파일 봤다고 말해야 하나? "감사합니다. 더 잘하겠습니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 다른 파일도 열어봤다 그 후로 습관이 됐다. 선배 조퇴하는 날, 외근 가는 날, 연차 쓰는 날. 서버 폴더를 열었다. 처음엔 레이어 구조만 봤다. 나중엔 색상 팔레트를 봤다. 어떤 폰트를 쓰는지, 자간을 얼마나 주는지, 여백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공책이 채워졌다. '선배 작업 노트'. 집에 숨겨뒀다. 실력은 늘었다. 피드백 받는 횟수가 줄었다. 팀장님이 "주니 씨, 요즘 성장 빠르네요" 했다. 기뻤다. 동시에 찝찝했다. 이건 내 실력인가? 선배를 훔쳐본 결과인가?선배한테 들켰다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주니 씨, 잠깐 얘기할까요?" 선배가 회의실로 불렀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네, 네..." 회의실 문을 닫았다. 둘만 남았다. "혹시... 제 작업 파일 본 적 있어요?" 끝났다. 들켰다. "저, 저는..." 변명이 안 나왔다. 손이 떨렸다. "아니, 화내려는 거 아니에요." 선배가 웃었다. "요즘 주니 씨 레이어 구조가 제 스타일이랑 똑같더라고요. 색상 조합도 비슷하고. 그래서 혹시 했는데." "죄송합니다. 배우고 싶어서... 그냥..." "아니, 좋은 거예요. 저도 신입 때 그랬거든요." "네?" "선배 파일 몰래 열어보고, 폰트 조합 따라하고. 그렇게 배웠어요. 다들 그래요." 선배가 말을 이었다. "근데 다음부턴 물어봐요. 같이 보면서 설명해줄게요. 그게 더 빨라요." 눈물이 날 뻔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니 씨, 요즘 진짜 잘하고 있어요. 스스로 찾아서 배우는 거, 쉽지 않은데." 죄책감의 정체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생각했다. 왜 그렇게 불안했을까. 왜 도둑질하는 기분이었을까. 결론은 이거였다. 나는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거다. 당당하게 물어볼 만큼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선배 시간을 뺏을 자격이 없다고. 그래서 몰래 봤던 거다. 근데 선배는 당연하다고 했다. 신입은 원래 그렇게 배운다고. 내가 나를 너무 몰아세웠다. 배우고 싶어서 찾아본 건데. 성장하고 싶어서 노력한 건데. 그걸 죄책감으로 느낄 필요가 있었나. 지금은 선배한테 물어본다. "이 부분 어떻게 하신 거예요?" "파일 같이 볼 수 있을까요?" 선배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내가 몰래 본 것보다 훨씬 많은 걸 가르쳐준다. 그리고 깨달았다. 죄책감은 나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당당하게 배우는 게 더 빠르다. 신입의 권리다, 질문하는 건. 이제는 서버 폴더를 여전히 본다. 하지만 몰래 보지 않는다. "선배님, 이 파일 구조 참고해도 될까요?" "네, 당연하죠. 같이 볼까요?" 이게 정답이었다. 배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모르는 걸 숨기는 게 부끄러운 거다. 요즘 신입이 들어왔다. 나보다 6개월 늦게. 어제 그 신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님, 레이어 정리 어떻게 하세요?" 나는 내 파일을 열어서 보여줬다. "이렇게 하면 돼요. 필요하면 제 파일 참고해도 돼요." 그 신입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 얼굴을 보면서 알았다. 내가 받은 걸 돌려주는 거구나.죄책감 대신 질문을 배웠다. 그게 진짜 성장이었다.

무드보드는 뭘 모아야 하는 걸까요?

무드보드는 뭘 모아야 하는 걸까요?

무드보드는 뭘 모아야 하는 걸까요? "주니 씨, 이번 프로젝트 무드보드 좀 만들어봐요." 선배가 웃으면서 말했다. 가볍게.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책상으로 돌아왔다. 손이 떨렸다. 무드보드. 들어는 봤다. 만들어는 본 적 없다. 일단 Pinterest부터 켰다 뭘 모아야 하지. 일단 프로젝트 키워드를 검색했다. "미니멀 카페 인테리어". 나오는 건 다 예뻤다. 전부 저장했다. 30분 후, 핀 보드에 이미지가 47개 쌓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부 다른 느낌이었다. 일본풍도 있고, 북유럽풍도 있고, 빈티지도 있고. "이거... 맞나?" 선배한테 보여드렸다. "음... 방향성이 좀 없네요. 뭘 말하고 싶은 거예요?" 뭘 말하고 싶은 거냐고. 나는 몰랐다. 예쁜 걸 모았을 뿐이다.유튜브를 뒤졌다 "무드보드 만드는 법" 검색. 영상이 수십 개 나왔다. 다 봤다. 공통점이 있었다. "무드보드는 분위기를 담는 거예요." "컨셉을 시각화하는 작업이죠." 알겠어. 분위기. 컨셉. 그게 뭔데. 어떤 영상에서는 색만 모았다. 어떤 영상에서는 텍스처만 모았다. 어떤 영상에서는 레퍼런스 사이트만 캡처했다. 다들 다르게 한다. 정답이 없다는 게 더 무서웠다. 다시 처음부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브리핑 문서를 다시 읽었다. "20대 여성 타겟, 혼자 와도 편한 공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이 문장을 계속 읽었다. '혼자 와도 편한'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뭐가 필요하지. 혼자 있을 때 편한 건 뭐지. 나는 혼자 카페 갈 때 뭘 보지. 창가 자리. 작은 테이블. 개인 공간이 확보된 느낌. 그게 무드다. 그게 컨셉이다. 조금 감이 왔다.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이번엔 달랐다. "창가 좌석" "1인 테이블" "독서하는 사람" 이런 키워드로 찾았다. 색도 생각했다. 차분한 느낌이면 채도 낮은 색. 베이지, 그레이, 밝은 우드톤. 텍스처도 골랐다. 따뜻한 느낌이면 패브릭. 리넨, 울, 니트 같은 거. 조명도 중요했다. 밝으면 너무 카페 같다. 은은한 조명. 따뜻한 빛. 30개를 모았다. 이번엔 다 비슷한 느낌이었다. 선배한테 보여드렸다. "오, 이번엔 괜찮네요. 혼자 와도 편한 느낌 나요." 그 말 듣고 화장실 갔다. 울지는 않았다. 웃었다. 무드보드는 방향성이다 그 뒤로 깨달았다. 무드보드는 예쁜 거 모으는 게 아니다. 방향성을 정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이쪽으로 갈 거예요"를 보여주는 거다. 색 하나, 텍스처 하나, 레퍼런스 하나. 전부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20대 여성이 혼자 와도 편한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그래서 지금은 무드보드 만들 때 질문한다. "이 프로젝트는 뭘 말하고 싶은 거지?" 그 답이 나오면, 모을 게 보인다.아직도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어렵다. 무드보드 만들 때마다 헤맨다. "이 이미지가 맞나?" 계속 의심한다. "이거 너무 뻔한 거 아냐?" 고민한다. 선배는 30분 만에 만든다. 나는 3시간 걸린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2개월 전엔 뭘 모아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지금은 적어도 "왜 이걸 모았는지"는 말할 수 있다. "이 이미지는 이런 느낌을 주려고 넣었어요." 완벽하진 않아도, 이유는 있다. 그게 성장인 거다. 무드보드 만들 때 내가 하는 것 요즘은 이렇게 한다. 1. 브리핑 읽고 키워드 뽑기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느낌을 형용사로 정리 "차분한", "따뜻한", "고급스러운" 이런 식으로2. 그 느낌이 나는 것들 떠올리기실제 경험 기반으로 "차분하다"면 내가 차분함을 느꼈던 공간 생각3. 카테고리별로 모으기색 5개 텍스처 5개 레퍼런스 10개 타이포 3개4. 전체 보면서 빼기너무 튀는 거 삭제 방향 다른 거 삭제 20개 안팎으로 정리5. 왜 이걸 골랐는지 메모나중에 설명할 때 필요 선배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게시간은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이 과정 거치면, 헤매는 시간이 줄어든다. 무드보드가 없으면 요즘은 안다. 무드보드 없이 작업하면 어떻게 되는지. 방향을 잃는다.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계속 흔들린다. 시안 5개를 만든다. 전부 다른 느낌이다. 통일성이 없다. 선배한테 피드백 받으면 전부 엎는다. "컨셉이 뭐예요?" 질문에 대답 못 한다. 무드보드가 있으면 다르다.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가기로 했잖아요" 말할 수 있다. 흔들려도 돌아올 곳이 있다. 기준이 있다. 무드보드는 나침반이다. 길 잃지 않게 해주는.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주에 선배가 말했다. "주니 씨, 무드보드 실력 늘었어요." "처음엔 예쁜 것만 모았는데, 이제는 의도가 보여요." 그 말 듣고 기분이 좋았다. 3개월 전에 화장실에서 울었던 게 생각났다. "무드보드는 연습이에요. 많이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선배 말이 맞았다. 처음엔 뭘 모아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안다. 완벽하진 않아도, 방향은 안다. 그게 전부다. 지금 막막한 사람에게 만약 지금 무드보드 앞에서 막막하다면. 일단 브리핑을 다시 읽어라. 키워드를 찾아라. 형용사를 찾아라. "이 프로젝트는 뭘 말하고 싶은 거지?" 그 질문에 답하면, 모을 게 보인다. 예쁜 거 모으지 마라. 방향 맞는 거 모아라. 5개만 모아도 괜찮다. 그 5개가 같은 이야기를 하면 된다. 처음엔 3시간 걸려도 괜찮다. 나중엔 1시간으로 줄어든다. 무드보드는 감이 아니다. 연습이다. 훈련이다. 많이 만들어봐라. 실패해봐라. 엎어봐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안다. "아, 이게 무드보드구나." 오늘도 무드보드 오늘도 새 프로젝트가 들어왔다. "무드보드 만들어봐요." 이제는 덜 떨린다. 무서워도, 뭘 해야 할지는 안다. 브리핑 읽고, 키워드 뽑고, 느낌 떠올리고, 모으고, 정리한다. 3시간 걸릴 거다. 그래도 괜찮다. 2개월 전엔 방향도 몰랐으니까. 지금은 적어도 길을 안다. 완벽하지 않아도, 가고 있다. 그게 성장이다.무드보드는 예쁜 걸 모으는 게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 모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