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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 12 Dec, 2025
같은 회사 개발자 남친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러운 것들
사내연애는 전쟁이다 같은 회사 다니면서 연애하는 거.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남친이랑 회사에서 마주치면 어색하다. 눈 마주치면 안 되고, 말 걸면 안 되고, 웃으면 안 된다. 엘리베이터에서 둘이 있어도 남이다. 복도에서 스쳐 지나가도 남이다. 1년 사귀었는데 회사 사람들은 모른다. 알면 안 된다.점심시간이 제일 힘들다 점심은 각자 먹는다. 남친은 개발팀이랑, 나는 디자인팀이랑. 처음엔 괜찮았다. 그런데 매일 그러니까 서운하다. 남친이 다른 여자 직원이랑 웃으면서 밥 먹는 거 보이면 속상하다. 나도 똑같이 하는데. 한 번은 남친이 나한테 카톡 보냈다. "오늘 점심 같이?" 고민했다. 5분 동안. 결국 "안 돼"라고 답장했다.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마주친 적 있다. 남친이 먼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존댓말이다. 나도 "네, 안녕하세요" 했다. 옆에 선배들 있었다. 그날 저녁에 남친이 "미안해"라고 했다. 뭐가 미안한 건지 모르겠다. 우리 둘 다 잘못한 게 없다. 회의 때가 더 힘들다 가끔 협업 회의가 있다. 디자인팀이랑 개발팀이랑 같이. 남친이 발표하면 쳐다보면 안 된다. 열심히 노트 보는 척한다. 남친 목소리 들리는데 못 본다. 이상하다. 한 번은 내가 발표했다. 떨렸다. 남친한테 잘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남친 얼굴은 못 봤다. 다른 곳만 봤다. 회의 끝나고 남친이 카톡했다. "발표 잘했어." 고맙다. 그런데 회의실에서 칭찬해주면 안 되나. 안 된다. 알아.퇴근 시간이 제일 복잡하다 퇴근은 절대 같이 못 한다. 나는 6시 반에 나가고, 남친은 7시에 나간다. 일부러 시간 어긋나게. 한 번은 비 왔다. 우산 안 가져왔다. 남친한테 카톡했다. "우산 있어?" "응." "나 없어." "..." 30분 있다가 남친이 답장했다. "편의점에서 사." 화났다. 그냥 우산 같이 쓰면 안 되나. 안 된다는 거 아는데. 결국 편의점 우산 샀다. 5000원. 집은 같은 방향이다. 지하철도 같은 역. 그런데 다른 칸 탄다. 남친은 7호차, 나는 3호차. 집 앞에서 만난다. 그때부터 연인이다. 회사에서 못한 스킨십 다 한다. 손 잡고, 팔짱 끼고, 어깨에 기대고. 이상하다. 30분 전까지 남이었는데. 회식이 제일 위험하다 회식 때가 제일 조심해야 한다. 전체 회식이면 남친도 온다. 앉는 자리가 중요하다. 멀리 떨어져 앉는다. 눈 마주치면 안 된다. 말 걸면 안 된다. 술 마시면 더 위험하다. 취하면 실수할까 봐 무섭다. 술 잘 안 마신다. 남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은 선배가 물었다. "주니 씨, 이상형이 뭐예요?" 당황했다. 남친 쳐다봤다. 실수다. 빨리 다른 데 봤다. "음... 잘 모르겠어요." 얼버무렸다. 선배들이 웃었다. "부끄러워하네." 남친도 같은 질문 받았다. "저도 잘..." 말 흐렸다. 다행이다. 2차는 안 간다. 둘 다. 핑계 대고 빠진다. "내일 아침 일찍 약속이 있어서요." "피곤해서 먼저 들어갈게요." 회식 끝나고 집 가는 길. 남친이 말했다. "힘들다." 나도 그렇다.카톡도 조심해야 한다 회사에서 카톡 조심한다. 하트 이모티콘 절대 안 쓴다. 업무 톡이랑 헷갈릴까 봐. 실수한 적 있다. 선배한테 보낼 거 남친한테 보냈다. "선배님, 파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 하트까지. 남친이 답장했다. "ㅋㅋㅋㅋㅋㅋ" 웃었다. 나는 식은땀 났다. 회사에서는 카톡 잘 안 한다. 점심시간에만. 화장실 가서. "밥 먹었어?" "응." "뭐 먹었어?" "김치찌개." "맛있었어?" "응." 이런 대화. 연인 같지 않다. 그냥 지인 같다. 퇴근하고 집 가면 엄청 많이 카톡한다. 회사에서 못한 거 다 한다. 하트도 보내고, 사진도 보내고, 영상통화도 한다. 보상심리인가. 회사에서 8시간 참았으니까. 소문 나면 끝이다 절대 들키면 안 된다. 소문 나면 끝이다. 한 번은 위기가 있었다. 선배가 남친 인스타 보고 물었다. "이 사람 우리 회사 개발팀 아니에요?" 내 사진 올라갔었다. 뒷모습인데. "잘 모르겠는데요." 거짓말했다. 선배가 다시 봤다. "비슷한데..." 땀 났다. 남친한테 바로 카톡했다. "인스타 사진 내려." "왜?" "선배가 봤어." 5분 만에 내렸다. 그 후로 SNS 조심한다. 남친이랑 같이 찍은 사진 안 올린다. 태그도 안 한다. 좋아요도 안 누른다. 친구들은 안다. 우리 사귄다는 거. 근데 회사 사람들은 모른다. 계속 모를 거다. 둘 중 하나 퇴사할 때까지. 언제까지 이럴까. 1년 더? 2년 더? 질투도 혼자 한다 회사에서 남친이 다른 여자 직원이랑 얘기하면 질투 난다. 근데 표현 못 한다. 한 번은 신입 여자 직원이 남친한테 자꾸 물어봤다. 개발 관련. 남친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웃으면서. 화났다. 그런데 뭐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남이니까. 저녁에 남친한테 말했다. "그 신입이랑 친해?" "응? 아니. 업무만." "웃으면서 알려주더라." "그냥 친절한 거야." 삐졌다. 남친이 웃었다. "질투 나?" "아니." "났네." 다음 날. 남친이 그 신입한테 좀 차갑게 대했다. 나 보라고. 고맙다. 그런데 그것도 조심해야 한다. 티 나면 안 되니까. 질투를 혼자 삭인다. 회사에서는. 집 가서 풀린다.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다 힘들다. 매일매일. 출근하면 남이 되고, 퇴근하면 연인 된다. 가끔 생각한다. 차라리 공개할까. 그런데 무섭다. 소문 날까 봐. 불편해질까 봐. 둘 중 하나 퇴사해야 할까 봐. 남친도 같은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럴까." "모르겠어." "힘들지?" "응." 그런데 헤어질 순 없다. 힘들어도. 조심스러워도. 사내연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드라마에서는 설레고 로맨틱한데. 현실은 눈치 보고, 숨기고, 참는 거다. 오늘도 출근한다. 남친이랑 같은 건물로. 그런데 남이다. 8시간 동안.퇴근하면 손 잡을 거다. 회사에서 못한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