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Posts From

지금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가 지금 봐도 부끄러운 이유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가 지금 봐도 부끄러운 이유

취업할 때 포트폴리오가 지금 봐도 부끄러운 이유 노션 포트폴리오를 다시 열었다 주말이다. 남자친구가 자기 취업 준비한다고 포트폴리오 봐달래서 내 거 보여줬다. 2년 전 그 노션 링크. 클릭하는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니 이게 뭐야. 첫 페이지부터 민망하다. "안녕하세요! 열정 가득한 디자이너 이주니입니다!" 느낌표가 세 개다. 세 개. 지금 내가 쓴다면 절대 안 쓸 문장이다. 그냥 "주니어 디자이너 이주니입니다" 이렇게 쓸 거다. 사진도 문제다. 증명사진을 쓸 걸 그랬다. 뭔가 친근해 보이려고 웃는 셀카를 썼는데, 지금 보니까 그냥 어색하다. 디자인 파일에 내 얼굴이 크게 박혀 있다. 왜 이랬을까.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숨이 막힌다.첫 번째 프로젝트부터 틀렸다 카페 브랜딩 작업이다. 부트캠프 때 만든 거. 제목이 "감성 카페를 위한 브랜딩 디자인"이다. 지금 보니까 감성이 뭔지도 모르고 쓴 단어 같다. 로고부터 문제다. 커피잔 일러스트에 손글씨 폰트. 2022년에도 이미 흔한 조합이었는데, 난 이게 참신한 줄 알았다. 설명에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표현했습니다"라고 써놨다. 어떻게 표현했는데? 그냥 갈색 썼다고? 컬러 팔레트는 더하다. 베이지, 브라운, 아이보리. 설명은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편안함을 전달"이다. 지금 내가 이런 설명 들으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라고 피드백할 텐데. 목업 이미지들. 핀터레스트에서 다운받은 무료 목업에 로고만 박았다. 각도도 다 똑같다. 마치 숙제 베껴온 초등학생 같다. 실제로 베낀 건 아니지만 느낌이 그렇다. 남자친구가 옆에서 본다. "이거 괜찮은데?" 라고 말한다. 아니야. 안 괜찮아. 네가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모르는 거야.설명이 너무 없거나 너무 많거나 두 번째 프로젝트. 앱 UI 디자인이다. 배달 앱 리디자인. 이건 설명이 거의 없다. 화면 캡처 6장만 쭉 나열했다. 끝. 왜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뭐가 문제여서 고쳤는지, 아무 설명도 없다. 그냥 "기존 디자인의 불편한 점을 개선했습니다" 한 줄. 뭘 어떻게 개선했는데? 지금 회사에서 이렇게 보고하면 팀장님이 미친다. "주니씨,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개선했습니다." "뭘요?" "불편한 점을요." 이런 대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반대다. 설명이 너무 많다. A4로 3페이지 분량. 온갖 디자인 용어를 다 쓴다.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직관적인 네비게이션", "일관된 디자인 시스템". 지금 보면 다 빈말이다. 구체적인 게 하나도 없다. "버튼 크기를 44pt에서 48pt로 키워서 터치 영역을 넓혔습니다" 같은 게 없다. 그냥 "사용성을 고려했습니다" 이런 말만 반복한다. 선배가 예전에 한 말이 생각난다. "디자인 설명에서 '감성적', '직관적' 같은 단어 쓰면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해봐."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은 안다. 폰트 선택이 일관성이 없다 네 번째 프로젝트 보다가 발견했다. 프로젝트마다 쓰는 폰트가 다르다. 그것도 한 프로젝트 안에서도 폰트가 막 바뀐다. 첫 번째는 Noto Sans. 두 번째는 Spoqa Han Sans. 세 번째는 Pretendard. 네 번째는 또 Noto Sans.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쓴 거다. 더 웃긴 건 같은 프로젝트 안에서도 일관성이 없다는 거다. 목업에는 Noto Sans인데 설명 텍스트는 Spoqa다. 왜? 그냥 폰트 안 맞춰도 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절대 안 그런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 폰트 정하고 끝까지 그걸로만 간다. 변수 설정해놓고 한 번에 바꿀 수 있게 한다. 당연한 건데, 그땐 몰랐다. 컬러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젝트에서 프라이머리 컬러가 #3B82F6이었다가 #2563EB이었다가 한다. Hex 코드로 보면 비슷한 파란색인데, 미묘하게 다르다. 복사 붙여넣기도 제대로 못 했다는 얘기다. 지금 회사에서는 디자인 시스템이 있다. 컬러, 타이포, 컴포넌트 다 정해져 있다. 거기서 벗어나면 선배가 바로 캐치한다. "주니야, 이거 컬러 왜 다른 거 썼어?"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제는 당연하다.프로세스가 통째로 빠졌다 다섯 번째 프로젝트. 결과물만 있다. 와이어프레임이 없다. 스케치가 없다. 레퍼런스가 없다. 그냥 "짠!" 하고 완성본만 보여준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디자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실제로는 과정이 있었다. 핀터레스트 뒤지고, 레퍼런스 모으고, 종이에 스케치하고, 여러 번 수정했다. 근데 그걸 포트폴리오에 안 넣었다. 결과물만 보여주면 되는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다. 지금 회사에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주니씨, 이거 레퍼런스 뭐 봤어요?" "왜 이 레이아웃 선택했어요?" "다른 안은 없었어요?" 매번 묻는다. 그래서 요즘은 피그마에 페이지를 여러 개 만든다. 01_Research, 02_Wireframe, 03_Draft, 04_Final 이런 식으로. 과정을 다 남긴다. 나중에 설명하기도 쉽고, 내가 봐도 왜 이렇게 했는지 기억난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결과물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고, 이런 시도를 했고, 이래서 이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이게 있어야 포트폴리오다. 숫자가 하나도 없다 여섯 번째 프로젝트 설명을 보다가 깨달았다. 숫자가 하나도 없다. "사용성이 개선되었습니다", "더 효율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말만 있다. 얼마나 개선됐는데? 몇 퍼센트나 효율적인데? 클릭 수가 몇 번에서 몇 번으로 줄었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느낌만 있다. 지금은 안 그런다. 회사에서 디자인 리포트 쓸 때 숫자 필수다. "버튼 위치 변경으로 클릭률 15% 증가", "메뉴 깊이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 "페이지 로딩 속도 0.8초 단축" 이런 식이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개인 프로젝트라서 실제 데이터가 없다면, 가상의 시나리오라도 만들어야 한다. "기존에는 주문까지 평균 5번 클릭이 필요했는데, 개선 후에는 3번으로 단축" 같은 거. 숫자가 있으면 설득력이 생긴다. "좋아졌어요"보다 "20% 좋아졌어요"가 낫다. 당연한 건데, 그때는 몰랐다. 아니, 알았어도 귀찮아서 안 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쓸 법한 시나리오가 없다 일곱 번째 프로젝트. 여행 앱 디자인이다. 화면은 예쁘다. 지금 봐도 나쁘지 않다. 근데 문제가 있다. 이걸 실제로 누가 쓸까? 예를 들어 메인 화면. 큰 이미지 배너가 있고, 그 밑에 추천 여행지가 있다. 깔끔하다. 근데 검색 버튼이 어디 있지? 스크롤 한참 내려야 나온다. 실제로 여행 앱 쓰는 사람들은 뭘 할까? 검색한다. "제주도 호텔" 이런 거. 근데 내 디자인은 예쁜 사진 구경하라고 만들어놨다. 사용자가 뭘 하고 싶은지는 생각 안 했다. 다른 화면도 비슷하다. 예약 화면에 달력이 있는데, 날짜 선택하기 불편하다. 손가락으로 누르기엔 영역이 작다. 예쁘게 만드느라 기능을 희생했다. 지금은 절대 안 그런다. 디자인 시작하기 전에 유저 플로우부터 그린다. 사용자가 앱 열고, 뭘 하고, 어디를 누르고,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그걸 다 그린 다음에 화면 만든다. 선배가 예전에 했던 말. "예쁜 디자인은 쉬워. 잘 작동하는 디자인이 어려워." 그때는 무슨 소린지 몰랐다. 지금은 매일 느낀다. 케이스 스터디가 없다 여덟 번째 프로젝트까지 다 봤다. 공통점이 있다. 전부 다 완벽하다. 문제가 없다. 시행착오가 없다. 실패가 없다. 말이 안 된다. 디자인하면서 실패 안 할 수가 없다. 처음 만든 안이 바로 최종 안일 수가 없다. 근데 내 포트폴리오는 그렇게 보인다. 마치 한 번에 완벽하게 만든 것처럼. 왜 이랬을까? 멋있어 보이려고. 실수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처음부터 다 아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완전히 잘못 생각했다. 지금은 안다. 좋은 포트폴리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이렇게 디자인했는데,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보니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이게 진짜다. 회사에서 면접 볼 때도 봤다. 신입 지원자 포트폴리오. 실패 과정이 있는 포트폴리오가 더 인상적이었다. "이 사람은 생각을 하는구나",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구나" 이런 느낌. 완벽한 결과물만 보여주는 건 오히려 의심스럽다. 정말 네가 만든 거 맞아? 어디서 베낀 거 아니야? 과정이 없으니까 증명이 안 된다. 회사 프로젝트를 넣고 싶은데 2년 차가 되니까 생긴 고민. 이제 진짜 회사 프로젝트가 있다. 실제로 출시된 것들. 근데 포트폴리오에 못 넣는다. NDA 때문에. 부트캠프 프로젝트들은 이제 부끄럽다. 회사 프로젝트는 못 보여준다. 그럼 뭘 보여줘?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하나? 주말에? 이미 피곤한데? 선배한테 물어봤다. "선배, 포트폴리오 어떻게 관리하세요?" 선배가 웃었다. "나도 3년 동안 안 건드렸어. 이직할 때 다시 만들 거야." 위로가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취업하고 나면 포트폴리오 관리할 시간이 없다. 일하기도 바쁘다. 그래도 가끔 생각한다. 지금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들. 이걸 어떻게든 기록해둬야겠다. 나중에 이직할 때 쓸 수 있게. 과정이라도 캡처해두고, 배운 점이라도 메모해두고. 회사에서 쓰는 피그마 파일. 복사해서 개인 파일로 만들어두면 어떨까? NDA 위반 아닐까? 고민된다. 하지만 안 남기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그래도 이걸로 붙었다 노트북 화면을 끄려다가 멈췄다. 이 부끄러운 포트폴리오로 나는 취업했다. 60:1 경쟁률이었다. 면접 두 번 보고 합격했다. 그때 면접관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포트폴리오 보니까 열심히 준비한 게 보이네요." 완성도를 칭찬한 게 아니라 노력을 칭찬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생각으로 진행했어요?" 질문 받았을 때,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실 처음엔 방향을 못 잡아서 헤맸어요. 레퍼런스 100개 정도 모았는데, 다 비슷해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써보기로 했어요. 배달 앱을 일주일 동안 매일 써보면서 불편한 점을 리스트업했어요."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과정이 중요해요. 결과물보다 생각하는 방식이 중요하죠." 그때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냥 위로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근데 지금은 안다. 정말로 그렇다. 회사에서 필요한 건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포트폴리오는 부족했다. 지금 봐도 부끄럽다. 근데 그 안에 진심은 있었다. 밤새워 만든 흔적이 있었다. 고민한 시간이 있었다. 2년이 지났다 그때와 지금. 확실히 다르다. 폰트 하나 선택할 때도 이유가 있다. 컬러 팔레트 만들 때 접근성을 생각한다. 버튼 위치 정할 때 엄지 도달 범위를 고려한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다 안다고 생각했다. 부트캠프 수료하고, 과제 다 하고, 자신감 있었다. 지금 신입 면접 볼 때가 있다. 포트폴리오 보면 옛날 내가 보인다. 열심히 했다. 진심이다. 근데 부족하다. 당연하다. 신입이니까. 그 사람한테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 물으면, 당황한다. 대답을 못 한다. 나도 그랬다. "그냥요", "이게 예쁜 것 같아서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안다. 괜찮다는 걸.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걸. 2년 차도 모르는 게 많다. 10년 차 선배도 모르는 게 있다. 계속 배우는 거다. 내 포트폴리오가 부끄러운 건 좋은 신호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다. 2년 전 내가 만든 걸 보고 "완벽한데?"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성장 안 했다는 뜻이니까. 다음 포트폴리오는 언젠가 다시 만들 거다. 이직할 때쯤. 그때는 또 뭘 부끄러워할까? 지금 하는 회사 프로젝트들. 나중에 보면 또 부끄러울까? "이때는 이것밖에 못 했네" 이럴까? 아마 그럴 거다. 그래야 정상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거. 과정을 기록한다.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뭘 시도했는지,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다 메모한다. 피그마 파일도 정리한다. 레이어 이름 제대로 짓는다. 컴포넌트 정리한다. 6개월 뒤의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배운 것도 적는다. 노션에 페이지 하나 만들어서 매주 회고한다. "이번 주 배운 것", "다음에 시도해볼 것" 이렇게. 쌓인다. 완벽한 포트폴리오는 없다. 그냥 그 시점의 최선이 있을 뿐이다. 2년 전의 나는 그때의 최선을 다했다. 지금의 나도 최선을 다한다. 2년 뒤의 나도 그럴 거다. 부끄러운 건 나쁜 게 아니다. 증거다. 내가 성장했다는 증거. 노력했다는 증거.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2년 전 포트폴리오, 부끄럽지만 소중하다. 이게 시작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