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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은
- 07 Dec, 2025
선배가 칭찬해주면 일주일은 기분이 좋다는 게 문제다
칭찬 하나로 일주일화요일 오전 10시. 선배가 내 모니터 앞에 섰다. "이주니 씨, 이번 배너 괜찮네요." 그게 다였다. 근데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웃었다. 점심 먹으면서도 웃고. 화장실 가면서도 웃고. 퇴근길에도 웃었다. 남자친구한테 카톡했다. "선배가 괜찮대ㅠㅠ" 물음표 세 개 왔다. "그게 뭐가 그렇게 좋아?" 설명 못 했다. 나도 모르겠어서.칭찬의 유효기간수요일. 아직도 기분 좋다. 아침에 일어날 때 그 말이 들렸다. "괜찮네요."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생각했다. 선배가 한 말 다시 떠올렸다. 표정, 톤, 다 기억난다. 목요일. 여전히 좋다. 작업할 때도 신난다. 평소보다 파일 열기가 덜 무섭다. 금요일. 조금 시들었다. 칭찬받은 게 벌써 3일 전이야. 근데 그 사이 새로운 칭찬은 없어. 월요일. 거의 다 사라졌다. 이제 다시 무섭다. 이번엔 또 뭐라고 할까.내가 이상한 건가 경력 2년차다. 근데 칭찬 하나에 일주일을 산다. 친구가 말했다. "너 너무 오버 아니야?" 맞아. 나도 안다. 부트캠프 동기 단톡방에 썼다. "선배가 괜찮다고 했어!" 축하 이모티콘 세 개. 근데 하나가 물었다. "그게 그렇게 기뻐?" 기쁘다고 했다. 근데 답장 치면서 생각했다. 나만 이런가. 다른 사람들은 칭찬받아도 그냥 넘기나. 남자친구는 개발자다. 코드리뷰 받는다. "깔끔하네요" 듣는다. "아 감사합니다" 하고 끝. 나는? 일주일 간다. 되새김질한다. 그 말 한마디로 버틴다.칭찬 중독문제는 알고 있다. 나는 칭찬에 중독됐다. 한 번 받으면 또 받고 싶다. 작업할 때마다 생각한다. '이번엔 칭찬받을까.'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할까.' 그러다 피드백 받는다. "이 부분 다시 해봐요." 세상이 무너진다. 일주일 버틴 그 기분. 한 마디에 사라진다. 다시 바닥이다. 내 자존감은 선배 입에 달렸다. 선배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선배가 찌푸리면 나는 운다. 이게 맞나. 2년차가 이래도 되나.혼자 서는 연습 목요일 저녁. 선배가 먼저 퇴근했다. 혼자 남았다. 작업 마무리하고 있었다. 배너 3개. 하나 완성했다. 괜찮은 것 같다. 근데 확신이 없다. 선배한테 물어볼까. 내일 아침에. "이거 괜찮을까요?" 손이 멈췄다. 또 이러네. 또 칭찬 기다리네. 파일 저장했다. 슬랙 열었다. 타이핑했다. "내일 확인 부탁드립니다." 지웠다. 그냥 올렸다. 프로젝트 폴더에. 댓글 없이. 떨렸다. 괜찮은지 모르겠어서. 근데 올렸다.칭찬 말고 다른 걸 금요일 아침. 선배가 파일 확인했다. 슬랙 왔다. "주니 씨, 어제 올린 거 확인했어요." 심장 뛴다. 뭐래. 괜찮대? "B안 좋네요. 근데 A안은 여백이 좀 아쉬워요." "C안은 폰트 사이즈 다시 봐요." ...그게 다? 칭찬 없다. '괜찮네요'도 없다. '좋아요'도 없다. 실망했다. 솔직히. 또 칭찬 기다렸거든. 근데 생각해봤다. B안 좋다고 했어. A안도 괜찮은데 여백만. C안도 폰트만. 다 쓸 수 있다는 거야. 망한 게 아니야. 이게 더 나은 건가. 칭찬 말고. 구체적인 피드백이.일주일 버티는 법 아직도 칭찬받으면 좋다. 당연히. 누가 싫어해. 근데 요즘은 달라졌다. 조금. 칭찬받으면 기쁘다. 하루는 둥둥 뜬다. 근데 다음 날부터. 그 칭찬 곱씹지 않는다. 대신 다른 걸 본다. 내가 뭘 잘했나. 왜 칭찬받았나. 다음엔 어떻게 하지. 칭찬 자체보다. 칭찬받은 이유. 그게 더 오래 간다.선배가 또 말했다 어제. 배너 3개 최종본 올렸다. 선배가 확인했다. "주니 씨, 이번 거 좋네요." 좋았다. 진짜 좋았다. 근데 예전만큼은 아니었다. 하루만 기분 좋았다. 일주일 안 갔다. 그게 슬펐나? 아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나는 선배 칭찬으로 사는 게 아니라. 내 작업으로 사는 거니까. 칭찬은 보너스다. 메인이 아니야.아직도 떨린다. 파일 올릴 때. 근데 예전보다는 덜 떨린다. 칭찬 없어도 괜찮으니까. 피드백만 있으면 되니까. 그래도 가끔은. 선배가 "좋네요" 해주면. 여전히 기분 좋다. 일주일까지는 아니어도. 하루 정도는. 그 정도면 됐어. 2년차니까.칭찬은 좋다. 근데 칭찬으로만 버티면 안 된다. 일주일 가는 칭찬보다, 하루 가는 성장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