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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32명인 내가 개인 작업을 하는 이유

인스타 팔로워 32명인 내가 개인 작업을 하는 이유

인스타 팔로워 32명인 내가 개인 작업을 하는 이유 금요일 밤 9시 퇴근했다. 오늘도 6시 반. 집에 오니까 9시 20분. 저녁 먹고 샤워하고 나니 10시.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본다. 인스타 디자인 계정. 팔로워 32명. 지난주에 올린 포스터 좋아요 8개. 그중에 6개는 부트캠프 동기들이고, 1개는 언니고, 1개는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람 프로필 들어가본다. 팔로워 2.3만 명. 포폴 퀄리티 미쳤다. 나한테 왜 좋아요를 눌렀는지 모르겠다. 내 계정으로 돌아온다. 게시물 12개. 전부 주말에 만든 것들. 회사 작업은 하나도 없다. 올릴 수가 없어서.회사에서 만드는 것들 월요일 아침. 배너 5종 시안 요청 들어왔다. "이주니씨, 이거 점심 전까지 가능?" 가능하다고 했다. 불가능은 없다. 점심 굶으면 된다. 포토샵 켠다. 아직 포토샵이 편하다. 선배들은 다 피그마 쓰는데. 레퍼런스 찾는다. 같은 업종 경쟁사 배너 10개 저장. 비슷하게 만들면 된다. 폰트 선택. 배민 폰트. 색상 선택. 브랜드 가이드 참고. 이미지 배치. 중앙 정렬. 문구 넣기. 클라이언트가 준 텍스트 복붙. 1시간 만에 5종 완성. 팀장님한테 카톡 보낸다. "시안 확인 부탁드립니다." 10분 후 답장. "3번이 좋네요. 근데 글씨 좀 더 크게?" 수정한다. 글씨 130%로.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오케이. 이대로 진행." 끝이다. 이게 내 디자인이다. 2년 차가 만드는 것들. 포트폴리오엔 못 올린다. 내가 뭘 했는지 설명할 게 없어서.금요일 밤 11시 침대에서 일어난다. 책상으로 간다. 맥북 켠다. 개인용 맥북. 36개월 할부. 피그마 실행. "New Design File" 클릭. 빈 화면이 뜬다. 커서가 깜빡인다. 뭘 만들지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 떠오른다. 핀터레스트 켠다. "Poster Design" 검색. 스크롤 내린다. 30분. 마음에 드는 걸 찾았다. 저장한다. 무드보드 폴더에. 또 찾는다. 또 저장한다. 1시간 지났다. 이제 만든다. 아니다. 내일 만든다. 맥북 덮는다. 침대로 돌아간다. 내일은 진짜 만들 거다. 토요일 오후 3시 일어났다. 점심 먹었다. 남자친구랑 통화했다. 30분. 이제 시작한다. 피그마 켠다. 어제 봤던 레퍼런스 다시 본다. 따라 만들어본다. 폰트 찾는다. 무료 폰트 사이트. 1시간 걸려서 폰트 5개 다운로드. 하나씩 적용해본다. 마음에 안 든다. 다 삭제. 다시 찾는다. 색상 고른다. Coolors 사이트 켠다. 스페이스바 20번 누른다. 팔레트 하나 선택. 적용해본다. 이상하다. 레퍼런스랑 비교한다. 뭔가 다르다. 자간이 문제인가. 행간이 문제인가. 정렬이 문제인가. 모르겠다. 5시간 지났다. 저녁 8시. 저장한다. "Draft_ver1_final_real.fig" 내일 다시 보자.일요일 오전 11시 다시 켰다. 어제 만든 거 본다. 생각보다 괜찮다. 계속 만든다. 요소 하나 추가. 밸런스가 깨진다. 다시 뺀다. 또 이상하다. Ctrl+Z 50번. 유튜브 켠다. "피그마 레이아웃 기초" 검색. 15분짜리 영상 재생. "오토 레이아웃을 사용하면..." 이해 안 된다. 다시 돌린다. 0.75배속. "아." 이해했다. 적용해본다. 적용 안 된다. 댓글 읽는다. "저도 안 돼요ㅠㅠ" "버전 문제일 수도..." 포기한다. 수동으로 정렬. 점심 먹는다. 다시 작업한다. 오후 6시. 완성했다. 마음에 드냐고 물으면. 아니다. 그래도 어제보단 낫다. 저장한다. "Personal_Work_1121_FINAL_v3.fig" PNG로 익스포트. 1080x1350. 인스타 사이즈. 일요일 밤 10시 인스타 켠다. 디자인 계정으로 전환. 게시물 업로드. 이미지 선택. 캡션 쓴다. "주말 개인 작업 🎨" 지운다. "연습" 이것도 지운다. "#design #graphicdesign #posterdesign" 해시태그만 남긴다. 올리기 버튼 누른다. 손가락이 멈춘다. 이거 올려도 되나. 퀄리티가 이 정도면. 타임라인 본다. 다른 디자이너들 피드. 전부 완벽하다. 조회수 천 단위. 좋아요 백 단위. 내 걸 다시 본다. 올린다. 게시완료. 핸드폰 뒤집어놓는다. 10분 후 확인한다. 좋아요 3개. 동기 2명, 언니 1명. 괜찮다. 월요일 아침 출근한다. 지하철에서 인스타 확인. 좋아요 7개로 늘었다. 모르는 사람 2명 추가. 프로필 들어가본다. 팔로워 300명. 1200명. 나보다 적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래도 나한테 좋아요 눌러줬다. 댓글 하나 달렸다. "색감 좋아요!" 심장이 뛴다. 답글 단다. "감사합니다😊" 이모티콘까지 신경 써서. 회사 도착. 자리에 앉는다. 선배가 말 건다. "주니야, 주말 잘 보냈어?" "네. 그냥 쉬었어요." 거짓말이다. 쉰 게 아니라 만들었다. 하지만 말 안 한다.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겠어서. "주말에 뭐 했어요?"라고 물으면 "디자인 연습했어요"라고 할 수 없다. 이상한 사람 같아서. 회사 작업 vs 개인 작업 회사에서 배너 만든다. 클라이언트 요청대로. 팀장님 피드백대로. 브랜드 가이드대로. 정해진 틀이 있다. "여기 색 빨간색으로" "폰트 더 굵게" "이미지 이거로 교체" 시키는 대로 한다. 내 의견은 없다. 2년 차가 의견을 내면 "일단 이렇게 해보고" 결국 시키는 대로. 포폴엔 못 올린다. 내가 뭘 생각했는지 설명 못 해서.집에서 포스터 만든다. 아무도 안 시켰다. 주제는 내가 정한다. 색은 내가 고른다. 폰트는 내가 찾는다. 레이아웃은 내가 짠다. 틀리면 어때. 고치면 된다. 피드백 주는 사람도 없다. 마감도 없다. 그냥 만들고 싶어서 만든다. 이게 다르다. 회사 작업은 일이다. 개인 작업은 연습이다. 일은 완벽해야 한다. 연습은 실패해도 된다. 그 차이. 팔로워 32명의 의미 동기가 물었다. "너 인스타 왜 해? 팔로워도 없는데" 맞는 말이다. 32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영향력 제로. 조회수 50. 좋아요 10개도 안 됨. 그럼 왜 하냐고. 모르겠다. 아니다. 안다. 기록하려고. 오늘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한 달 후엔 뭘 할 수 있을지. 비교하려고. 3개월 전 작업 본다. 지금 봐도 부끄럽다. 하지만 그때는 최선이었다. 지금 올리는 것도 부끄럽다. 3개월 후에 보면. 그럼 그게 성장이다. 팔로워 32명이어도. 좋아요 8개여도. 내가 본다. 내가 알 수 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선배가 모르는 것 화요일 오후. 선배가 내 자리로 온다. "주니야, 이거 좀 봐줘" 화면 가리킨다. "여기 여백 어때?" "음... 좋은 것 같은데요" "그치? 나도 그런데 팀장님이 좁대" 고민한다. 선배도. "넓히면 답답해 보일 것 같은데" 선배가 말한다. 나는 고개 끄덕인다. 그 순간 생각한다. 선배도 모른다. 정답을. 경력 5년 차도 완벽한 답을 아는 건 아니다. 그냥 경험으로 판단한다. 감으로 선택한다. 확신은 없다. 나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 생각이 위로가 된다. 선배도 고민한다. 선배도 불안하다. 선배도 찾아본다. 차이는 하나. 선배는 그래도 결정한다. 나는 아직 못 한다. 결정하는 법을. 개인 작업에서 배운다. 아무도 안 가르쳐준다. 혼자 부딪혀야 한다. 금요일 밤이 기다려지는 이유 수요일. 야근했다. 시안 4번 엎었다. 집에 10시 반에 도착. 씻고 누웠다. 맥북 안 켰다. 할 기운이 없다. 목요일. 정시 퇴근. 집에서 치킨 시켰다. 넷플릭스 켰다. 맥북 안 켰다. 내일 하면 된다. 금요일. 점심시간. 동기가 단톡방에 썼다. "주말에 뭐 해?" "작업할 거 같아" "너 진짜 성실하다" 성실한 게 아니다. 하고 싶은 거다. 퇴근한다. 지하철에서 생각한다. 오늘은 뭘 만들지. 타이포 포스터? 브랜딩 목업? 집 도착. 씻고 밥 먹는다. 9시. 맥북 켠다. 피그마 새 파일. 빈 화면. 깜빡이는 커서. 시작한다. 이 순간이 좋다. 아무도 간섭 안 한다. 아무도 평가 안 한다. 시간 제한 없다. 실패해도 된다. 그냥 만든다. 회사에서 못 해본 것. 해보고 싶었던 것. 레이아웃 실험. 색 조합 테스트. 타이포 놀이. 3시간 지났다. 자정. 아직 완성 안 됐다. 괜찮다. 내일 계속하면 된다. 저장한다. "Weekend_Experiment_1129.fig" 침대에 눕는다. 내일이 기대된다. 인스타에 올리지 않는 것들 개인 작업 폴더 연다. 파일 27개. 인스타에 올린 건 12개. 나머지 15개는? 실패작이다. 만들다가 포기한 것. 완성했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것. 올리기엔 부족한 것. 삭제 안 한다. 남겨둔다. 가끔 다시 본다. "이게 왜 안 됐지?" "여기가 문제였네" "이 부분은 괜찮은데" 배운다. 실패에서. 실패를 32명한테 보여줄 순 없다. 하지만 나는 본다. 이것도 기록이다. 안 되는 것도 알아야 한다. 내가 뭘 못 하는지. 포폴엔 성공만 올린다. 다들 그렇다. 하지만 과정엔 실패가 더 많다. 그걸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안다. 내 폴더에 있어서. "Failed_attempt_1015.fig" "Trash_ver2.fig" "Why_not_working.fig" 파일명이 솔직하다. 이것들이 없었으면 지금 올리는 것도 없다. 누가 뭐래도 동기가 물었다. "그거 해서 뭐 달라졌어?" 솔직히 대답했다. "아직은 모르겠어" "그럼 왜 해?" "그냥... 하고 싶어서" 동기가 웃었다. "너 특이해" 특이한 거 맞다. 주말에 디자인 한다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본다. "회사에서도 하는데?" "쉬어야지" "번아웃 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르다. 회사 작업이랑. 회사선 시키는 거 한다. 집에선 하고 싶은 거 한다. 회사선 평가받는다. 집에선 실험한다. 회사선 결과가 중요하다. 집에선 과정이 의미다. 누가 뭐래도. 팔로워 32명이어도. 조회수 50이어도. 좋아요 8개여도. 계속할 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어서. 성장하는 게 느껴져서. 2년 차 주니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시키는 거 잘하고. 눈치 보고. 야근하고.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 집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거. 내 속도로. 내 방식대로. 만드는 거. 그게 나를 디자이너로 만든다. 회사 명함이 아니라. 내 작업이.팔로워 32명이지만, 이건 내 성장 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