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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원룸에서 일어나는 아침 루틴의 시작

신림동 원룸에서 일어나는 아침 루틴의 시작

신림동 원룸에서 일어나는 아침 루틴의 시작 7시 30분, 알람 알람이 울렸다. 세 번째 알람이다. 7시에 첫 알람. 7시 15분에 두 번째. 그리고 지금. 손을 뻗어 폰을 잡았다. 눈을 비비고 화면을 봤다. 인스타그램 알림 2개. 디자인 계정. 팔로워가 하나 늘었다. 33명. 이불을 걷어찼다. 추웠다. 원룸은 좁다. 침대에서 일어나면 책상이 보인다. 책상 위에 노트북. 어젯밤에 켜둔 채로 잤다. 피그마 화면이 그대로다. 주말에 만들던 포트폴리오. 아직 30%도 안 됐다. 창문 밖을 봤다. 신림동 아침. 회색 건물들. 빨래 너덜거리는 옥상들. 저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45만원 월세. 보증금 500만원은 부모님이 내주셨다. 미안했다.샤워 10분 샤워실이 좁다. 팔 벌리면 벽에 닿는다. 뜨거운 물을 틀었다. 온수가 나오기까지 2분. 그동안 춥다. 머리를 감았다. 샴푸 거품이 눈에 들어갔다. 따가웠다. 어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주니 씨, 이 배너 여백이 좀 이상해요."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내 화면을 보시면서. "네, 수정하겠습니다." 뭐가 이상한지 몰랐다. 그냥 그렇게 대답했다. 돌아가서 30분 동안 여백을 조정했다. 10px씩 옮겨봤다. 20px도 해봤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보여드렸다. "네, 이제 괜찮네요." 뭘 고친 건지 나도 모르겠다. 샤워 끝. 수건으로 머리를 감쌌다. 거울을 봤다. 부은 얼굴. 다크서클. 26살.아침 준비 30분 옷장을 열었다. 옷이 많지 않다. 검은색 티셔츠. 회색 가디건. 청바지. 항상 비슷하다. 화장대 앞에 앉았다. 거울이 작다. 얼굴 반쪽만 보인다. 톤업 크림. 파운데이션. 아이브로우. 립밤. 회사 가는 화장. 20분이면 된다. 대학생 때는 1시간 걸렸다. 지금은 아침이 아깝다. 폰을 봤다. 8시 10분. 남자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점심 같이?" 회사 개발팀 김민준. 1년 됐다. 처음 만난 건 회사 MT. 취하지도 않았는데 떨렸다. 답장이 왔다. "오늘 미팅 있어. 내일은?" "ㅇㅋ" 짧게 답했다. 서운하지 않은 척. 토스트를 꺼냈다. 냉장고에 잼이 있다. 딸기잼. 엄마가 싸주신 거. 물을 끓였다. 커피를 탔다. 맥심 모카골드. 하루에 세 개 먹는다.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없었다. 그래도 씹었다. 책상을 봤다. 노트북 옆에 쌓인 책들. 『디자이너의 생각법』 『UX/UI 디자인 입문』 『타이포그래피 교과서』 다 읽지 못했다. 처음 10페이지까지만. 노트북을 열었다. 피그마 화면이 떴다. 어젯밤에 만들던 포트폴리오. 메인 페이지 레이아웃. "이 정도면 괜찮나?" 혼잣말을 했다. 대답은 없다.8시 40분, 출근 준비 가방을 챙겼다. 노트북. 충전기. 마우스. 텀블러. 텀블러는 회사에서 커피 받으려고. 자판기 커피도 돈이다. 지갑을 확인했다. 카드 한 장. 현금 만 원. 이번 주 생활비. 남은 게 이것뿐이다. 월급날은 25일. 오늘은 21일. 4일 남았다. 월급 250만원. 월세 45만원. 통신비 5만원. 교통비 8만원. 식비 30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남는 건 142만원. 거기서 데이트 비용. 옷. 화장품. 책. 저축은 한 달에 50만원 목표. 실제로는 30만원. 신발을 신었다. 운동화. 흰색. 더러워졌다. 거울을 봤다. 괜찮다. 회사 가기엔 충분하다. 문을 열고 나갔다. 복도는 좁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계단을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4층.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차다. 신림역까지 걸어간다. 10분. 길을 걸으면서 폰을 봤다. 인스타그램 디자인 계정. 어젯밤에 올린 포스트. 좋아요 5개. 부트캠프 동기 3명. 선배 1명. 엄마 1명. 괜찮다. 처음이니까. 신림역 2호선. 사람이 많다. 출근 시간. 지하철을 탔다. 빈자리 없다. 손잡이를 잡았다. 회사는 강남역. 30분 걸린다. 이어폰을 꺼냈다. 유튜브를 켰다. "왕초보를 위한 피그마 오토레이아웃" 구독자 2만 명. 조회수 8천. 재생했다.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오토레이아웃의 기초에 대해..." 눈을 감았다. 집중했다. 주변 소음은 사라졌다. 9시 10분, 회사 도착 회사 건물. 10층짜리. 낡았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7층.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프론트에 인사했다. 미소를 지었다. 받아주셨다. 사무실 문을 열었다. 디자인팀 자리. 선배 두 명이 이미 와 있었다. 김서연 선배. 5년차. 팀에서 제일 잘한다. 박지훈 선배. 3년차. 친절하다. "주니 씨, 왔어요?" 지훈 선배가 말했다. "네,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았다. 책상은 깨끗하다. 어제 정리했다. 맥북을 켰다. 부팅하는 동안 물을 마셨다. 슬랙을 열었다. 메시지 7개. 팀장님: "오늘 회의 10시입니다" 서연 선배: "주니 씨, 어제 보낸 파일 확인했어요" 지훈 선배: "점심 뭐 먹을까요" 피그마를 켰다. 어제 작업하던 파일. 메인 배너. 상세페이지. 썸네일 3종. 서연 선배가 피드백 남겨놓으셨다. "이 폰트 두께 조금 더 볼드하게" "여기 색상 톤 맞춰주세요" "이미지 크롭 다시" 10개. 피드백이 10개다. 한숨을 쉬었다. 작게. 들리지 않게. 마우스를 잡았다. 레이어를 선택했다. "폰트 두께... 볼드..." 수정을 시작했다. 창밖을 봤다. 강남 빌딩들. 차들. 사람들. 저 중에 나처럼 떨리는 사람이 몇 명일까. 다시 화면을 봤다. 작업에 집중했다. 저녁, 집으로 퇴근은 6시 30분에 했다. 정시는 6시. 그런데 다들 안 간다. 나도 못 간다. 서연 선배가 7시에 나가셔서 따라 나왔다. "먼저 가세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지하철을 탔다. 강남역에서 신림역. 다시 30분. 사람이 더 많다. 퇴근 시간. 서서 갔다. 다리가 아프다. 폰을 봤다. 남자친구 메시지. "저녁 먹었어?" "아직. 너는?" "회사에서 먹었어. 일찍 들어가" "ㅇㅋ" 창밖을 봤다. 어두워졌다. 신림역에 내렸다. 역 앞 편의점. 들어가서 삼각김밥 2개. 바나나우유 1개. 4500원. 카드로 긁었다. 집에 도착했다. 4층. 계단. 문을 열었다. 어둡다. 불을 켰다. 가방을 내려놓았다. 신발을 벗었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흰색. 5분 동안 그냥 누워 있었다. 일어났다. 샤워를 했다. 10분.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맨투맨. 츄리닝. 삼각김밥을 먹었다. 참치마요. 맛있었다.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피그마를 열었다. 포트폴리오 파일. "오늘은 뭘 만들지." 메인 페이지는 거의 끝났다. 프로젝트 페이지를 시작해야 한다. 회사에서 한 작업을 넣을까. 아니면 개인 작업을 만들까. 고민했다. 10분. 일단 레이아웃부터. 그리드를 깔았다. 12컬럼. 타이포그래피 스타일을 정했다. Pretendard. 16px. 1.6 line-height. 색상 팔레트를 만들었다. 참고 사이트를 열었다. Behance. Pinterest. Dribbble. 좋은 걸 저장했다. 무드보드 폴더에. 시계를 봤다. 밤 10시. 아직 할 수 있다. 유튜브를 켰다. "실무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재생했다. 따라 했다. 30분 지났다. 눈이 침침하다. 커피를 탔다. 맥심 모카골드. 오늘 세 번째. 다시 작업했다. 자판을 두드렸다. 마우스를 움직였다. 레이어를 복사했다. 정렬했다. 색을 바꿨다. "이게 맞나?" 혼잣말을 했다. 확신이 없다. 그래도 계속했다. 밤 12시. 포트폴리오 진행률 35%. 저장했다. 노트북을 덮었다. 침대에 누웠다. 폰을 봤다. 인스타그램. 팔로우한 디자이너들 피드. 멋진 작업들. 좋아요 수백 개.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알람을 맞췄다. 내일 아침 7시. 눈을 감았다. 어둠이 왔다.내일도 7시 30분에 일어난다. 그리고 똑같은 하루. 그래도 괜찮다. 포트폴리오가 1%씩 늘어가니까.